LA여행, 버스

나는 <가든 스팟 Garden Spot>에서 어떤 샐러드를 먹어야 할 지 잠시 고민에 빠졌다.

 

I dont know which salad tastes good. 어떤 샐러드가 맛있을지 모르겠군요.

All kinds of salad tastes good. 다 맛있어요.


여종업원이 웃으면서 말했다. 앞으로 영어를 쓸 일이 다소 많을 것이다. 내가 영어로 한 얘기들은 대충 다 기억이 나는데 상대방이 한 얘기는 영어로 기억이 잘 안날 때가 많다. 뜻으로는 기억이 나는데 말이다. 내 블로그에 방문한 독자들의 양해 바란다. 특히 영어 표현이 좀 잘못되었거나 문법에 어긋날 수도 있다. 살짝 태클 부탁한다.

 

I need your recommendation. 당신의 추천이 필요해요.

Well…”

 

여종업원은 웃으면서 난감해한다.

 

Do me a favor, please. Which one do you recommend? 부탁해요. 어떤 걸 추천하시죠?

Health & Protein would be nice. 건강과 단백질이 좋을 듯하네요.

 

LA여행, 샐러드

가든 스팟의 모습.

LA여행, 샐러드

건강과 단백질 health & protein 메뉴는 정말 맛있다.

나는 종업원의 추천에 따라 건강과 단백질 health & protein 하나를 주문하고 복숭아 음료수를 하나 샀다. <가든 스팟>의 샐러드는 훌륭하다. 아삭아삭 신선한 야채와 바삭한 땅콩과 과자, 돼지고기, 오렌지, 드레싱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얇은 호밀빵을 두개 주는데 샐러드를 싸서 먹는 맛도 아주 좋다. 역시 양은 나 혼자 먹기에는 버겁다. 너무 맛있었지만 1/3쯤은 버리고 말았다. 아까웠다 ㅜ.

 

LA여행, 시타델

시타델 아웃렛을 찾은 미국 가족.

LA여행, 캘빈 클라인, 속옷, CK

캘빈 클라인 속옷 매장. 일반 의류 매장은 하나 더 있다.

LA여행, 게스, guess

시타델의 아웃렛 매장들.

서민의 아들인 나에게 시타델만 해도 참 착한 아웃렛이었다. 시중가보다 적게는 15%부터 50%까지 할인 판매한다. 평균 25% 정도인 듯하다. 캘빈 클라인 Calvin Klein에 들러서 7부 바지 한 개와 백팩, 지갑을 샀다. 한국에서 쓰던 비자 카드가 먹힐지 시험해 봤는데 제대로 작동했다.

 

I dont know if this credit card works. 이 신용카드가 사용될지 모르겠네요.

 

종업원이 카드를 긁어보더니 승인이 떨어지자 웃으며 말했다.

 

It works. 승인 떨어지네요.

Good. 잘 됐네요.

 

급하게 오느라 내 신용카드가 미국에서 사용될지 알아보지도 못하고 왔다. 비씨 카드는 외국에서 통하지 않는다. 자신의 신용카드가 외국에서 사용되는지 한번쯤 알아보고 오는 편이 좋다. 꼭 예산대로 돈을 쓰고 오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시타델에서 30분 정도 더 버스를 타고 가면 노워크가 나올 테지만 다운타운으로 갔다가 노워크로 가기로 마음 먹었다. 6까지 다운타운으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했다. 62번 버스를 타고 다시 돌아가려고 하는데 버스가 30분을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버스 정류장에 사람들은 늘어가는데 햇볕은 따갑고 기다리기 힘들었다. 마침내 버스가 도착했는데 사람들이 우르르 정류장으로 몰려들었다. 뚱뚱한 아줌마들을 피해 살짝 옆으로 비켜섰는데 버스가 마침 내 앞에 딱 서서 문을 열었다. ‘웬 행운이냐’ 속으로 중얼거리며 버스 안으로 들어섰다. 버스 안은 사람들로 가득 들어차 있었다. 미국에서 만원 버스를 타보는구나 하는데 버스 운전사가 외쳤다.

 

Two or Three! 두세 명만 탈 수 있어요. 두세 명만 타세요.

 

LA여행, 버스

미국 LA의 만원 버스.

내가 먼저 문 앞으로 들어서는데 뒤에서 뚱뚱한 아주머니 네 명이 몸으로 밀어붙이며 들어왔다. 아줌마들의 기세에 다른 사람들은 감히 들어올 생각을 못하고 멀뚱멀뚱 쳐다보고만 있었다. 버스 문이 간신히 닫히고 버스가 출발했다. 버스 운전사는 나이 많은 할아버지였는데 수염이 거창했다. 유머감각이 뛰어난 할아버지로 억지로 버스에 탄 아줌마들에게 계속 농담을 했다. 정신이 없어서 잘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아줌마들을 원망하는 말인 듯 했다. 아줌마들이 할아버지의 농담에 계속 웃어대고 버스 안은 시끌벅적했다.

 

나도 이 농담의 대열에 끼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무엇보다 버스 운전사 할아버지의 수염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다. 마침 신호 대기 때문에 차가 멈췄다.

 

Excuse me. May I take a picture of you? You have good beard. 실례지만 사진을 좀 찍어도 될까요? 수염이 참 멋지시네요.

 

할아버지는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농담을 쏟아냈다.

 

Ok. Sure. I am handsome. I have beautiful beard. I shampoo my beard everyday. . 물론이지. 난 잘 생겼어. 내 수염은 아름답지. 매일 샴푸하는 수염이라고.

 

LA여행, 버스운전사

역광으로 검게 나와버린 버스운전사의 사진. 멋진 농담을 즐기는 할아버지였다.

 

아줌마들이 낄낄거리고 웃으며 난리가 났다. 나는 그의 얼굴을 사진으로 찍었다. 역광 때문에 얼굴이 검게 나와 아쉬웠다.

 

What are you doing on Christmas Season?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뭘 하시죠?

Christmas Season? Im very busy. I have no time to piss. 크리스마스 때? 무지 바쁘지. 오줌 눌 시간도 없다구.

 

할아버지의 농담은 끝이 없었고 버스 안에는 웃음이 넘쳐났다. 내 앞에 귀엽게 생긴 멕시코 소녀가 서 있었는데 할아버지의 농담 때문인지 아니면 왼쪽에 서 있던 멕시칸 아저씨의 농담 때문인지 계속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 소녀도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다.

 

May I take a picture of you? 사진 한방 찍어도 될까?

No No… 안돼요. 안돼.

 

소녀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웃으며 사진 찍는 걸 거부했다.

 

Ill make you an internet star in Korea. Ill scrap your picture on my blog. 내가 널 한국의 인터넷 스타로 만들어 줄게. 네 사진을 내 블로그에 올릴 거거든.

No No… 안돼요. 싫어요.

I dont know why you feel shy. 왜 부끄러워하는지 모르겠네.

 

LA여행, 버스

나의 사진 촬영 요구를 거부한 얄미운 멕시칸 소녀. 통통하긴 했지만 꽤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LA여행, 버스

멕시코 어로 끊임없이 농담을 지껄이던 멕시코 아저씨. 역광 때문에 사진이 좀 아쉽다.

그 소녀가 끝내 사진을 안찍을 거란 걸 알고 있었다. 이왕 그렇게 된 거 농담이라도 해보려고 말 한거다. .;; 내 말을 듣고 버스 운전기사 할아버지가 농담을 했다.

 

“인터넷 스타 만들어 준다는데 왜 안찍어. 난 이제 한국의 인터넷 스타라구.

 

할아버지가 영어로 뭐라고 말했는지 잘 기억이 안나서 옮기지 못했다. 앞으로 저런 글이 많을 것이다. .;; 여하간 한국에서는 참 보기 힘든 광경이고 참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한국에서는 웬만해서는 만원 버스 안에서 버스 운전기사와 농담하며 가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생각해보면 기후 탓도 있는 듯 하다. 미국은 기후가 건조해서 날씨가 덥고 만원 버스에 탄다고 해도 그닥 짜증나지 않지만 한국은 후덥지근한데다 시끄럽기까지 하면 쉽게 짜증을 내지 않는가. 게다가 미국은 땅덩이도 넓어서 짜증내고 살 일이 그닥 많지 않을 듯 하다.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해 겨울이면 노숙자들은 얼어 죽기 십상이지만 LA의 노숙자들은 얼어 죽을 일조차 없다. 제기랄… 하여간 그런 미국인들의 여유가 쫌 부러웠다.

 

LA여행, 버스

얼굴에 그늘이 지긴 했지만 사진이 제대로 나왔다. LA의 멋장이 버스 운전사 아저씨.

버스의 승객들이 내리고 다시 버스 안이 한산해졌다. 나는 역광을 피해서 다시 한번 버스 운전사 할아버지의 사진을 찍었다. 그는 다시 흔쾌히 사진촬영에 응해주었다. 창밖을 내다보니 산 페드로 거리, 11번가를 지나고 있었다. 내가 가야 할 곳은 산페드로 거리 7번가였다. 버스에서 내려 조금만 걸으면 될 듯싶었다.

 

버스에서 내리는데 버스 운전기사 할아버지가 뭐라고 외쳤다. 뭔가 잘못된 것을 깨달은 순간, 이미 버스는 떠나버렸다. 한 블록 이내에 흑인 홈리스들이 최소한 100명은 있는 듯 싶었다. 길거리 여기저기에 누워 있거나 여러 명이 몰려서서 낄낄거리며 농담을 지껄이고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여기는 LA의 산업 지구 Industrial District로 공장들이 LA 외곽이나 남미로 떠나버린 후 공동화된 지역이다. 그 이후 홈리스들이 몰려와 홈리스들의 천국이 된 곳이다. 시선이 모두 나에게로 쏠렸다. 웬 멀끔한 동양인이 갑자기 버스에서 내린 것이다.

 

LA여행, 다운타운, 산업지구, 홈리스

LA 다운타운, 산업지구 근처에는 가지 말 것. 수백명의 홈리스가 당신을 맞이할 것이다.

이런 경험이 처음은 아니었다. 예전에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났을 때, 함께 다니던 친구와 헤어져 친구는 스페인, 포르투갈로 나는 이탈리아 남부로 여행을 떠났다. 기차를 타고 나폴리에 새벽 4 30분쯤에 도착했는데 대합실에 100명이 넘는 노숙자들이 잠을 자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은 마치 좀비처럼 하나 둘 부스스하게 잠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배낭과 귀중품들을 물품 보관소에 맡기고 부리나케 역 대합실을 빠져 나왔다.

 

그 때는 물품 보관소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사방을 둘러봐도 홈리스들 뿐이니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순간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마치 내리고 싶은 정류장에 내린 척 행동했다. 당황한 표정을 숨기고 홈리스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며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걷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홈리스들은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기만 할 뿐 덤벼들거나 시비를 걸거나 물어 뜯으려 들지 않았다. 그렇게 대략 1km 쯤을 걸어 7번가까지 걸어갔다. 내가 아무리 대담하다고 해도 감히 그들의 사진을 찍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다만 홈리스들이 없는 곳 담벼락에 저런 글이 있어서 사진을 한방 박아두었다.

LA여행, 다운타운, 산업지구, 홈리스, 낙서

홈리스 밀집 지역에서 발견한 경고문. "여기에 오줌싸지마. 내가 널 잡으면 널 엿먹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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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22 17:04 2008/05/22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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