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의한 매력의 스톱 모션 애니
마담 투틀리-푸틀리는 엄청나게 많은 잡동사니를 끌고 다니는 기차 여행자입니다. 크리스 라비스와 마키엑 츠제르보프스키의 이 17분짜리 단편영화에서 우리의 주인공은 기차 안에서 정체불명의 모험을 하는데, 전 도저히 그 모험의 내용을 요약하지 못하겠습니다. 이 영화에는 '문학적'인 스토리는 존재하지 않아요. 영화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건 17분짜리 악몽으로, 여기엔 주인공 자신의 정신세계가 반영되어 있을 수도 있고 무의미하고 소름끼치는 이미지의 다발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주인공은 꿈을 꾸는 것일 수도 있고 이 모든 것들을 직접 체험하는 것일 수도 있으며 죽었을 수도 있지요.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중요한 건 이야기가 아니라 이 기본 세팅을 발판삼아 영화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시각적 성찬입니다. 영화는 일단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입니다. 마담 투틀리-푸틀리를 포함한 대부분의 캐릭터들은 천으로 피부를 만든 인형들이죠. 이들은 소름끼칠 정도로 사람 같습니다. 그만큼 실제와 똑같다는 게 아니라 비정상적일 정도로 인간에 가까운 어떤 느낌이 있어요. 특히 주인공 마담 투틀리-푸틀리는요. 그 이유는 아마 이들의 눈 때문일 겁니다. 제가 알기로 적어도 마담 투틀리-푸틀리의 눈은 진짜 사람 것이에요. 배우의 눈을 찍어서 인형의 눈에 합성한 것이죠. 인간 눈을 이식받은 인형들인 거예요!
마담 투틀리-푸틀리의 세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정교하게 모사되었지만 실제 세계는 아닌 꿈 속의 공간이지요. 하긴 이 영화에서 벌어지는 소름끼치는 사건들 역시 실제 세계라기보다는 마담 투틀리-푸틀리의 머릿속에서 재구성된 세계의 반영입니다. 여기서 진짜는 단 하나도 없어요. 진짜 대상에 대한 꿈만 존재할 뿐이죠.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을 위한 이상적인 테마라고 할까요.
숨겨진 의미가 무엇이건, 어떤 테크닉이 동원되었건, <마담 투틀리-푸틀리>는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는 귀신들린 낡은 골동품과 같은 느낌이 묻어 있지요. 우린 그 물건에 숨겨진 사연이 뭔지 정확히 모르지만 그래도 그 먼지 덮인 물건이 지금까지 겪어온 정체불명의 일들은 여기에 독특한 체취를 남겨놓았고 우리에겐 그게 정말 매력적인 겁니다.
기타등등
폴란드어를 아시는 분들은 Maciek Szczerbowski의 정확한 표기를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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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눈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려니 왠만한 공포영화 저리 가라할 정도로 소름이 끼치네요. ㅎㄷㄷ...
유튜브에 예고편 보니까 인형 표정이 많이 섬찟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