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약한 아빠들이 왜 화가 났을까?
- Posted at 2008/06/16 23:42
- Filed under 노동일기
어제는 휴일을 맞이해서 가족끼리 쇼핑을 다녀 왔습니다.
쇼핑이라고 해봐야 이마트나 홈프러스에 들러서 생필품을 사는게 전부지만 우리 가족은 그런 쇼핑 마저도 나들이로 생각하는 빈티가족 입니다. 저의 아들에게는 죽어라 붙어 다니는 두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들은 서로 삼총사네 뭐네 하면서 지들 말로는 결혼하고 어른이 되어서도 꼭 같이 다니자고 맹세를 수 없이 했다는데요 글쎄올시다란 생각은 들지만 내색은 하지 않고 꼭 그렇게 하라고 지금은 격려를 해주고 있습니다.
쇼핑을 가면서 아들 녀석이 친구들과 어제 놀았던 이야기를 해됩니다.
"아빠, 어제 수현이랑 성진이랑 성진이 집에서 놀았거든 뭐 하고 놀았는지 알아?"
"뭐 하고 놀았는데?"
"비비탄을 넣고 쏘는 장난감 총이 있는데 그것으로 과녘 맞추기를 했어, 그런데 내가 짱 먹었다"
"너 그것 만져 본적 없는데도 니가 제일 잘 한거야?'
"응, 수현이랑 성진이는 옛날부터 가지고 있었는데 나보다 못했어 처음엔 나보다 더 잘 했는데 내가 몇번 쏴보고
이렇게 이렇게 하니까 내가 제일 잘 했어, 그래서 내가 총사령관이고 수현이는 부사령관 성진이는 그냥 참모...
내가 최고수라고 어험! 주절 주절~~"
"아빠 나 그 비비탄 총 하나 사주면 안돼?"
가만히 대화를 지켜보던 아내의 단호한 목소리
"안돼! 위험 하기도 하고 넌 벌써 그런 장난감 가지고 놀기는 늦었어, 그리고 얼마 있으면 기말고사가 있는데
그것 있으면 그것에 한눈 팔려서 공부가 되겠니? 좋아 기말고사 성적이 좋으면 하나 사줄 용의는 있어"
아들 녀석은 친구들이 한두개씩은 가지고 있는 그런 총을 가지고 싶은가 봅니다.
더군다나 친구들과의 시합에서 자신이 늘상 그것을 가지고 놀고 있는 친구들을 이겼으니 더욱 실력을 쌓아서 그 위치를 고수하고 싶은 욕심도 있나 봅니다. 아이들이 다 그렇지요 뭘..^^
쇼핑센터에 들어와서는 아내가 장을 보고 있는 모습을 보며 졸졸 따라 다니다가 지겨웠던지 아들 녀석이 나의 손을 잡아끌며 아내와 멀어져서 완구코너 진열대 앞에서 멈춰 서고는 나를 보며 씩 웃습니다. 그 웃음의 의미가 뭔지 알지만
"야, 살것도 없으면서 여긴 뭐 할려고 날 끌고 왔니"
그래도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비비탄 총을 이것저것 만지작 거립니다.
"엄마가 너 시험 잘보면 사준다 잖아"
"그냥 보고 있는거야"
"그래? 그럼 시험 잘 볼것을 대비해서 하나 찜해 놔라"
이것저것 만지작 거리던 녀석이 결국 손에 든것은 그중에서 제일 가격이 싼것을 들고서 나의 눈을 빤히 쳐다 보는데 몇번 가지고 놀면 금방 고장날것 같은 허술하기 짝이 없는 그런거 였습니다.
순간 마음이 짠해졌습니다.
얼마나 가지고 싶었으면 당장 사더라도 부담이 덜되는 가장 싼것을 골랐을까 하는 마음과 그 동안 변변한 장난감 제대로 사주지도 못하고 키워온 아빠로서의 미안한 마음에 가슴 한켠이 짠하게 울려 왔습니다.
"야 그래도 살려면 좀 쓸만한것을 사야지 그건 너무 유치하지 않니? 시험 끝나면 사 줄테니까 니가 정말 갖고 싶은것 골라"
"아냐, 나 이것이면 돼 이것 사줘 응"
아들 녀석과 그런 실랑이를 하고 있는데 아내와 딸아이가 다가오며
"여기서 뭘해?"
"글쎄 이녀석이 이것을 갖고 싶다고 하네"
물건을 살펴 보던 딸아이도
"이건 좀 너무 했다" 라고 하고
딸아이에게 물건을 건네 받아 찬찬히 살펴 보고 진열 되어 있는 물건들도 살펴보고 하던 아내는 역시 고수는
고수인가 봅니다.
"최 영학 너, 내가 시험 끝나면 사준다니까 당장 갖고 싶어서 제일 싼것을 고른거지 그래도 오늘은 안돼!"
그러면서 아내는 물건을 다시 진열대 위에 놓고서 이제 가자고 하는데 아들 녀석이 나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뭔가 간절히 원하는 눈빛이 역력 합니다. 뭐 응원을 보내 달라는것 이겠지요. 제가 아내가 모질지 못하다는 성격을 아는 바
"영학아 니가 진짜로 갖고 싶은것 골라 봐 아빠가 사줄께"
옆에서 아내의 눈꼬리는 올라 가든가 말든가 그때는 정말 아이가 갖고 싶은것을 사주고 싶은 마음이 동했습니다. 아들 녀석은 그때까지도 섣불리 판단 하지 못하고 이것저것에서 망설이고 있는데 오늘은 안된다는 아내가 가격과 제품의 질을 꼼꼼히 살펴 보더니 결국은 아들 녀석이 흡족해 하는것을 하나 안겨 주었습니다.
이제는 집에 빨리 가자고 하는 아들 녀석의 뒷통수에 종주먹을 쥐고서 헛 꿀밤을 날리는 아내의 모습은 어느 가정에서나 있음직한 모습 입니다. 지극히 평범한.......
돌아오는 차안에서 포장지를 뜯어보고 실탄을 장전해보고 하는 아들 녀석의 모습을 미소를 띄우며 보고 있는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사연이 참 가슴이 아픕니다.
화물차 기사가족들의 삶.
서울에서 물건을 싣고 부산에 내려주고 돌아오면 기름값 빼고 고속도로 통행료 빼고나면 고작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4,5만원 그것도 거의 이틀의 시간을 들여서 노동한 댓가가 그 정도라고 합니다. 더 심한 경우도 있을테고 덜한경우도 있겠지만 요즘 그런 수준이 정확한 현실 입니다. 밖에서 일하는 사람도 고통스럽겠지만 그 돈으로 살아가야 하는 나머지 가족들의 고통도 이만저만이 아닐 것입니다. 화물노조원인 남편을 둔 어느 아내가 아이들이 커가면서 느끼고 있는 사연이 방송에서 흘러 나왔는데 그들의 삶이 피부로 느껴지는듯 했습니다. 모든것이 생산 원가가 오르면 소비자 물가도 오르는데 어찌해서 현장에서 직접 뛰는 노동자들에게 돌아오는 몫은 항상 늦게 늦게 반영이 될까요.
화물차 운임비는 기름값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데 그것이 제대로 현장에서 반영이 되지 않나 봅니다.
원유값이 오르고 곡물값이 오르자 모든 생산기업들은 너도나도 제품값을 올리면서 기름으로 달리는 화물차 운임비는 왜 생각을 하지 않고들 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화믈차 기사분들이 어려운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는것은
건설업계와 같은 하도급 관행이 뿌리깊이 박혀 있기 때문 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어느 정당이고 외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서민이 잘 살아야 나라가 잘 사는것 이라고 모두다 똑 같은 목소리로 외쳐 되고 있습니다.
정말 그렇게들 생각 한다면 왜 서민을 위한 시스템 정비를 마다 하는지 도대체가 이해 할 수가 없습니다.
화물차업계의 다단계 하도급을 없애고
건설업계의 하도급 관행을 정비 한다면 수 백만의 노동자 가족들의 삶에 숨통이 트일 것입니다.
제가 건설 노동자로 잔뼈가 굵어서 건설업의 나쁜 습관은 잘 알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것 입니다. 대형 건설 회사가 공사를 수주 하면 몇십%공사금을 떼놓고 하청을 주고 그 공사를 하청 받은 업체는 또 몇십%의 공사금을 떼고 하청을 주고 막상 현장에서 몸으로 부닥치는 소규모의 회사는 오십%미만의 공사금을 가지고 죽어라 일을 합니다. 공사를 발주하고 수주하는 그 과정을 인정하지 않는게 아닙니다. 그러나 총 공사 과정에 비해 중간업체들이 너무도 많은 폭리를 취한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마땅한 대안이 있어서 이런 글을 쓰는건 아니지만 진정 이 나라의 서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용기를 주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말만 그렇게 하지 말고 수 많은 사람들의 생활을 핍박하게 만드는 제도에 메스를 가하는 실천이 필요한 시점임을 강조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누구나가 깨끗하고 뽀대나는 일을 한다면 세상은 굴러가지 않습니다.
위험하고 힘든일 우리 건설노동자 화물노동자 바로 우리들이 해줄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 하나만 알아 주십시요.
손가락 하나가 아프더라도 온 몸이 불편 하다는 것을..... 세상은 공존해야 아름 답습니다.
화물노조와 건설노조원 그외 제도권 밖에 있는 수 많은 노동자 여러님들의 건승을 기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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