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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하녀> 포스터 팜므파탈인 하녀에 의해 가부장적인 시대의 붕괴를 예고하는 <하녀>는 시대를 앞서나간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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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이버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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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녀>는 1960년도에 개봉된 영화이다. 그 당시 사회는 근대화 시대를 목전에 두고 한국 전쟁의 상처를 치유해 나가고 있던 시기였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변화의 시대'’였다고 할 수 있다.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기차와 식사 때 만들어 먹는 라이스카레와 같은 배경은 당시의 사회적인 상황을 드러내는 설정이다.
이런 정세와 더불어 성별로 나뉘어져 있던 각자의 역할이 차츰 붕괴되고 있는 시기이기도 했다. 소위 남성과 여성 사이에 존재하는 유교 덕목인 '부부유별'이라는 말에 대해 여성들이 반기를 들었던 때인 것이다.
영화 <하녀>는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50년대 후반의 달라진 여성상을 짐작해 볼 수 있다.
<하녀>는 60년대 주를 이루었던 가정 치정극을 극의 중심에 놓고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섬유공장에서 피아노 선생님으로 인기가 있던 남자(김진규 분)는 여성 노동자들이 대부분인 공장 안에서 사랑을 독차지 받는다.
영화에서 남자를 유혹하는 팜므파탈이 두 명이 나온다. 한 명은 피아노 교습을 받는 여성이고 다른 한 명은 그녀가 소개시켜줘 남자의 집에 들어온 하녀(이은심 분)다. 조용하고 점잖은 성격을 가진 남자는 아내(주증녀 분)와 자식들이 있는 가정에 집중하지만 피아노를 가르쳐 달라고 하는 여자의 요구를 승낙함으로써 사건은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녀는 남자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남자의 집에서 피아노 교습을 받으며 그에게 접근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녀의 고백에도 불구하고 남자의 단호한 거부에 의해 피아노 교습도 하지 못하고 공장에서 나와 시골로 떠나게 된다.
문제는 집에 들어온 하녀의 행동에서 비롯된다. 그녀는 비상식적인 행동을 일삼으면서 남자의 심기를 건드린다. 그 중에서도 남자가 아끼는 피아노는 절대로 만지지 말라고 경고하지만 하녀는 끊임없이 피아노에 앉아 건반을 두드린다.
아내에게 충실하고 피아노 교습에만 열중하는 남자를 못마땅해 하는 그녀는 그렇게 해서라도 남자의 관심을 받으려 노력한다. 그녀가 두드리는 건반소리와 몽환적인 그녀의 눈빛은 남자를 계속 자극시키고 피아노 교습을 받던 여인이 죽은 날, 하녀의 유혹에 이끌려 그녀의 몸을 탐하게 되며 되돌아가지 못 할 강을 건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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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녀>의 한 장면 한 가정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 하녀(이은심 분)의 시선이 그로테스크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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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이버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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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녀>에서 주목해야 하는 점은 김기영 감독의 비극을 돋보이게 만드는 연출력이다. 오프닝 시퀀스에서 두 아이가 실뜨기하는 장면을 롱테이크로 보여주는데 이 장면은 앞으로 일어날 남자와 세 여성의 복잡하게 얽히는 상황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실뜨기에서 이어지는 섬유공장에서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는 실타래 기계들의 매칭 컷은 극의 연결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나간다. 남자가 살고 있는 집에서도 김기영 감독의 미장센이 잘 나타나는 세트가 있다.
그는 자신의 영화 <육식동물>과 마찬가지로 사회적인 지위를 나타내는 장소로 계단을 배치시켜 두고 있다. 그 곳에서 다리가 불편한 딸과 아들의 모습을 통해 극명하게 나뉘어진 사회 계층에 대해 이야기 한다.
식민 지배에서 한국전쟁으로 이어져 오는 기간 동안 남성에게는 커다란 역사적 외상이 생겼다. 타국으로부터 우리나라를, 좁게는 가족을 지키지 못했다는 상처와 무능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던 그들은 무너진 남성으로서의 권위에 고통스러워해야 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안정된 직장 없이 방직공장에서 음악 수업을 하며 가족들을 부양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그가 직업을 가지지 못했다는 말이 더 어울릴 정도로 주체적으로 일을 하는 것은 매일 집에서 재봉틀을 돌리고 있는 아내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여성들인 방직공장에서 그녀들에게 취미를 가르치고 있는 그의 모습은 더욱 위태로워 보인다.
<하녀>가 보여주는 여성상의 변화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여성의 이미지를 완전히 파괴시킨다. 남성들에게 종속되어 살아가던 여성이 변화함으로써 일어나는 파급은 공포의 분위기로 묘사된다.
급속도로 진행되는 근대화 속에서 남성이 가정의 변방이 되어 밥을 하고 여성이 가정을 부양하는 주체적인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오랜 역사의 중심에 존재했던 가부장제가 몰락하고 성의식의 동일화를 반증하는 것이다.
당시의 시대 상황에 따라 변모하는 여성은 사회적인 위치에서 신분상승을 꾀하고 있다. 스스로 욕망을 드러내고 그것을 성취하려고 하는 것은 지금껏 구속되었던 그들의 모습을 당당히 변화시킨다.
남성들이 무기력해지고 기존에 남성들이 군림하고 있던 위치를 여성들이 위협하는 모습은 <하녀>가 제시하는 여성상이었고 그것은 현재 어느 정도 현실화 되었다.
시네마테크 KOFA에서 6월 20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김기영 감독 전작전'을 통해 그의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전작 무료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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