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은 추상화다. 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는 고전음악일수록 현실감은 멀다. 박자와 선율 등으로 철저히 기호화해 사람의 언어를 지운다. <클래식 미스터리>는 추문하면 빠질 수 없는 '스캔들'부터, 정치나 국제 판세와 얽힌 다소 진지한 속사정도 공개한다. '명곡에 숨겨진 메세지를 파헤치다', '명곡과 작곡가의 미궁 사건을 좇다', '미스터리한 천재의 인생을 파헤치다', '명곡에 농락당한 남녀 이야기', '명곡에 감추어진 의외의 진실' 다섯 개 장에, 한 두 쪽 남짓한 에피소드를 80편 가량 수록했다. 파가니니는 거미손, 금발의 제니는 원래 갈색 머리? □ 책으로 놀자 : 클래식 상식 퀴즈 (원본보기를 클릭하면 답이 나옵니다.)
하이든의 교향곡 <고별> 4악장에 이르면 연주자들이 차례차례 퇴장해 바이올린 연주자 두 대만 남게 된다. 이는 에스테르하지 후작이 단원들을 모두 이끌고 별궁 생활을 즐겼던 데에 항의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야했던 단원들의 분노를 전달한 것이다. 이에 에스테르하지 후작도 휴가를 내어줬다고 한다. 베토벤은 청각장애에 시달리면서도 교향곡 제 9번 <합창>에 이르기까지 대작을 쏟아냈다. 기억을 통해 음을 정확히 재현할 수 있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베토벤 귀의 이상이 등자뼈 고착으로 멀리있는 소리만 들을 수 없는 증상이었다고 주장한다. 가까이에서 연습하던 조카 카를의 실수를 바로잡아주었다거나 피아노를 여러 번 새로 바꾸어 음역을 수정했던 일화가 증거다. 비르투오소의 하나로 꼽히는 파가니니. 그의 초절기교는 '악마의 음악'이라고 일컫는 경외를 얻었다. <파가니니 전>에 따르면 이는 그가 앓고 있는 질병과, 고안해낸 새로운 조현법 때문이었다. 파가니니는 어떤 병 특유의 증상으로 손가락이 거미와 같았고 손가락 관절이 기이하게 구부러질 수 있었다는 것. 책을 엮은 저자가 '드림 프로젝트'라는 일본 창작집단인 까닭에 일본과 얽힌 클래식 비화도 여럿 나온다. 포스터 <금발의 제니> 원제는 'Jeanie with the light brown hair'였는데 번역가 쓰가와律川가 호소력 때문에 금발로 바꾸었다고 한다. 우키요에 <가나가와 앞바다의 파도>가 드뷔시의 <바다>에 영감을 주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푸치니가 일본풍이 가미된 <나비부인>을 작곡할 수 있었던 것은 이탈리아 주재 일본 공사 오야마 부인 덕이었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뒷 얘기도 담고 있다.
역시 추문은 연애 스캔들에 관련된 내용이 가장 많은 걸까. 예술인들은 사랑을 영감의 도구로 종종 착취하는 경향이 있다.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내몰기도 한다. 유명한 오페라는, 누가 뭐래도 사랑이 주제일 경우가 많다. 최근 예술의 전당 야외극장에서 진행하는 <국립 오페라단과 함께하는 오페라 이야기>도 만남-눈물-복수-이별의 네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클래식 미스터리>의 미스터리도 상당 부분 애정 관계를 다룬다. <엘리제를 위하여>의 엘리제는 베토벤이 구애했다 거절당한 20년 연하의 여인 테레제라고 한다. 브루크너는 소녀 기호증 환자였다. 브람스는 자신이 돌본 슈만의 가족들 중, 클라라와 딸 율리에에게 연정을 품었다고 한다. 말러는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지닌 부인 알마의 사회활동을 가로막았다. 그러나 알마에게 구혼자들이 나타남에 위기감을 느꼈고, 프로이트에게서 '부인을 구속하여 고통을 주지 말라'라는 충고를 받았다. 알마의 <다섯 개의 가곡>은 이 과정에 출판이 되었다. 이래서야, 클래식을 사랑하던 순결한 마음에 금이 갈 지경. 그러나 <클래식의 미스터리>는, 고전이 넘어서는 안 될 아슬아슬한 경계를 알고 있다. 탈색된 추상화에 이런저런 구체성을 불어넣지만, 결코 현실의 끈적함을 상기시켜서는 안 된다는 규칙. 글은 소곡처럼 짧고, '실로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도저히 알 수 없는 거장의 본심이다'는 식의 능청스러운 어조로 매번 끝맺음을 한다. 우리 마당극에서 마당쇠들이 "아~이 양반 어찌 듣소~ 좋을 량자에 반듯 반 자 쓰는 양반님네 나오셨다는 소리지."라며 둘러대듯 해학이 있다. "라벨이 동성애자든 아니든 그가 남긴 수많은 작품은 영원토록 빛이 바래는 일은 없을 것이다"(170쪽)라나. |
'분야별 冊 check > 문화/예술/과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동물들 "나도 감정이 있다고! 재미있게 놀고 싶어" (0) | 2008/08/05 |
|---|---|
| 초콜릿 변질사건? 요리계의 CSI를 출동시켜! (0) | 2008/07/28 |
| 파가니니는 거미손, 금발의 제니는 갈색 머리? (0) | 2008/06/24 |
| 이공계 글쓰기의 무라카미 하루키 발견 (4) | 2008/06/15 |
| 웹 표준의 '표준 교과서'가 될 만하다 (3) | 2008/04/11 |
| 오래전 뮤지션들과의 성실한 소통 (0) | 2008/03/3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