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시
살면서 보거나 듣거나 겪은 일들에 대한, 그리고 마음속 공상에 대한 넋두리를 돗자리 깔고 늘어놓는 곳입니다.

국민학교 (그땐 초등학교라고 부르지 않았으니) 다닐 때만 해도 매년 6월이 되면 반공 웅변대회와 그림/포스터 그리기, 백일장이 열리고 괜히 나까지 심각해져서 김일성 때려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고는 그랬는데, 이제는 "6.25 요? 우리나라하고 일본하고 싸운거 아닌가요?" 라고 대답하는 애들도 있다고 한다 (주워들은 얘기라 딱히 출처도 없고 검증도 불가능). 이쯤 되면 태평양전쟁이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일본의 젊은이들에게도 손색이 없겠다.

하지만 그게 뭐 애들 탓인가. 솔직히 전쟁을 직접 겪은, 그리고 전쟁의 후유증을 겪은 세대도 아닌데. 8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은 전쟁과 그 직접적인 후유증에서 자유로운 세대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의무교육기관에서 반공, 반공, 6.25, 6.25, 하고 노래를 부르면서 교육시키지 않는 한 잊어버리는 게 당연하다. 우리 중에 임진왜란이 몇년 며칠에 시작했는지 기억하는 사람이 없으며, 일본을 미워해도 임진왜란 때문에 미워하는 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몸에 각인된 공포와 증오심이 없는 사람이 어떤 사건을 계속 기억하기에 가장 좋은 것은 지적 또는 감성적인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방법이다. <태극기 휘날리며> 처럼 6.25 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 등의 문화상품이 계속 나오고, 잘 만든 다큐멘터리나 책이 나오는 것 만한 방법이 없다. 그게 싫다면 예전처럼 빨갱이에 대한 증오심을 키우는 주입식 교육을 반복하는 수밖에.

덧.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난 그때 6.25 용 포스터 하나는 기차게 그렸다. 선생님이 날 보면서 '저녀석 장차 커서 뭐가 되려고 저러나' 하고 궁금해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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