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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같은 반나절의 시작은 그때부터였다. 벼락치기로 전기기사실기 시험공부를 하느라 밤을 새고 있던 새벽 2시경, 문제를 보다가 직접 계산해보고 답을 맞춰보려고 계산기를 꺼내 들었다. 식을 잘 세우고 문제의 풀이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고, 계산기는 마지막에 세워논 식을 전부 입력해서 결과만 나타내주는 용도이기 때문에 그동안은 계산기를 직접 쓰면서 공부하지 않았었다. 그것이 화근이었을까, 전원을 키고 난 한동안 믿을수가 없었다. 그건 바로 액정에 비가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액정에 껌뻑이는 뜨개질판같은 가로 세로 줄들을 보면서, '건전지가 없어서일 거야.' 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 속 어딘가 한구석에서는 사태의 심각성을 외면하고픈 내게 진실된 경고를 보내오고 있었다. 잠시 공부를 멈추고 검색창이 'EL-9900 액정' 키워드를 입력해보았다. 액정에 줄 가는 것은 이 샤프계산기 기종의 고질적인 문제이고, 해당증상 때문에 계산기 욕을 퍼부어 놓은 사람들도 많았다. 그것을 시험 전날 새벽 2시에 알게 되다니. 브라보(BRAVO)~~ 처음엔 그래도 숫자를 판별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녀석들은 점점 친구들을 불러모아 액정 위를 거침없이 내지르고 있었다. 여차 하면 기상청을 대신해서 호우주의보라도 내려야 할 판이었다. 하는 수 없이 집에 쳐박혀 있던 슈퍼마켓에서나 쓰는 태양열 계산기를 줏어다가 시험을 치를 능력이 되는지 해 보았다. 그나마 루트는 계산이 가능하지만, 이런 형태의 단순 계산기는 식을 입력할 수가 없기 때문에 오차를 없애려면 엄청난 노가다가 필요했다. 문제 푸는 시간보다 계산기 어루만지는 시간이 더 길 정도. 결국 비내리는 친구들 사이로 어떻게든 숫자를 읽어서 해보자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밤을 새서 컨디션도 안좋은 상태로 잠을 깨려고 찬물로 샤워를 하며 딸꾹질을 해대고, 계산기와 부족한 공부량에 불안해하면서 너무 긴장을 했나보다. 시험장으로 가는 도중에 배탈이 나고 말았다. [ 깊은 곳으로부터 커다란 신호를 감지했다 ] 가자마자 허겁지겁 화장실로 직행하고 소중한 시험 전의 시간도 놓쳐버리게 되었다. 왜이렇게 꼬이는 것일까. 장도 꼬이고 시험도 꼬이고 마음도 꼬이고... 기왕 꼬인거 아주 꽈배기 되도록 팍팍 꼬여보자. 시험장은 지하철 1, 7호선 온수역에 있는 유한대학이었는데, 한울타리 안에 유한공업고등학교도 함께 있었다. 잘못해서 고등학교로 들어갈까봐 입구에서 수위아저씨한테 물어보기까지 하고 갔다. 교실을 찾아가서 공부하고 있다 보니 감독위원이 좌석표를 붙이고 갔는데, 내 이름이 없는 게 아닌가? 분명히 수험번호 범위 표시에는 들어있는데... 그렇다. 고등학교였다. 아우우우오엉오오오어여ㅓ영엉우루앙러ㅓ니ㅏㅓㄴ어어랴ㅓㅑㄷ디나아ㅓ러ㅑㄹ니ㅑㅓ딛ㄹ 고등학교가 입구쪽에 있었기 때문에 나처럼 헤맨 사람들이 꽤나 있었다. 그러니까 진작에 여의도에서 시험을 보지 왜 병신같이 늦게 신청해서 이고생이냐 ㅠㅠ 필수품인 계산기의 불량, 급성 배탈로 인한 컨디션 뷁, 건물 5층을 오르락 내리락 헤매면서 땀흘리고 밀려오는 짜증... 그래 좋다. 시험만 붙는다면 이런 것쯤이야. 그런데 정작 가장 큰 문제는 시험에 있었다. 시험을 보기 전부터 난 '시험지를 받고 문제를 읽는 순간 당락을 확신할 수 있다.'라고 생각해왔다. 어차피 자격증 시험이란 것이 문제 많이 외워가서 봤던 거면 풀고 모르는거면 틀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드디어 시험지가 왔고, 일생에 3번 흘릴 수 있는 남자의 눈물 찬스를 지금 사용할까 고민했다. 아 뭐 이런게 다있나... 공기업 구조조정하려고 안뽑을 생각으로 문제를 이런 식으로 낸건지, 아니면 또 응시하게 만들어서 응시료를 두둑히 챙기려는 건지... 그런데 나만 이런 생각을 한 건 아닌가보다. [ 관련 카페 게시판 ] [ 한국산업인력공단 자유게시판 ]
온수역으로 돌아오는 길엔 대형 철탑들이 머리 위로 지나가는 불쾌한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저거 공부하자고 이고생이구나... 공기업 구조조정으로 하반기 한전 공채에 대한 사항이 미정이 되버린 상태에서 응시인원을 줄이고자 난이도를 올린 것인지, 아니면 기존에 너무 난이도 쉽게 마구 뿌려댔으니 이젠 변별력있는 시험으로 만들자는 생각인지. 이번에 시험 본 사람들하고 촛불시위라고 할까나 후후,,, 간당간당 할텐데...뽀록으로라도 붙었으면 좋겠다 진짜. 어쩌면, 다 패자의 근성에서 나오는 같잖은 변명일지도 모르겠다. 휴~ 언제까지 책상에 파묻혀 도를 닦아야 할까. 공부... 즐겁게 하고 싶은데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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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참 실감납니다ㅎ
감사해요~ 덕분에 합격이 되면 좋겠네요 ^^
셤 문제가 완죤 명박스러웠군요;;;ㅠㅠ
초 긴장 하셔서 정말 자리 앉기 전까지 손에 땀을 쥐게;;ㅇㅋ
어떻게 합격율이 저렇게 들쭉 날쭉 할 수 있다니;; 이해가 안되네요;
더운데 정말 고생 마니 하셨어요^^;;
일단 셤 본건 더 이상 생각지 마시고, 좋은 소식 기다리세요^^
다음 회차 시험을 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