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대통령 자료유출 공방, 이제 와서 왜?
청와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측에서 임기 말에 청와대 업무처리 시스템 전체를 빼내갔으며 지금 남아 있는 시스템에는 중요 자료가 빠져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거니 하기에는 뭔가 이상합니다.
우선 이제 와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는 것이 매우 이상합니다. 벌써 집권한지 4개월이 넘었고, 취임 전 인수위 시절을 고려하면 더 기간이 길어지는데, 그동안 뭘 하고 있다가 이제와서 언론에 흘린단 말입니까? 현 정권의 성향으로 봐서 그 문제를 발견했다면(인수위가 제대로 일을 했다면 그 시점에서 이미 발견했어야 할 일입니다), 진작에 터뜨리고도 남았을 사안인데 말이죠.
그런데 도대체 그들에게 이전 정부의 통치자료가 왜 필요합니까? 이명박 정권에는 통치 철학이라는 것이 없고, 다만 있다면 무조건 ‘노무현과는 다르게’ & ‘비지니스 프렌들리’였을 텐데 그런 작자들이 왜 이제와서 이전 정부가 만들어 놓은 자료에 관심을 보이는지 모를 일입니다. 이전 정부에서 만들어진 자료를 들입다 후비고 파서 정치보복이라도 하려고 그러시는지 원.
정확한 내막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과거 ‘청와대 컴퓨터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정도로’ 인수인계 과정이 부실했고, 인수위 활동 과정이 갖은 정책들을 터뜨리는 것에 치중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번 문제는 현 정권의 전 대통령에 대한 견제 내지는 보복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듭니다.
참고로 2007년 12월 28일 오마이뉴스에 올라온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자(당시)의 만남에 대한 기사에서 보면 당시 이명박 당선자는 인계인수 준비를 그렇게 잘 하셨는지 몰랐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제와서 그 난리입니까?
<오마이뉴스 관련기사에서 일부 발췌>
국정 인수인계 문제와 관련 노 대통령은 "재임 중 2005년부터 전자문서관리시스템과 국정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에 따라 이관 내지 모관하고 있기 때문에, 청와대의 각종 정책과 업무 인수인계는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에서 문서를 폐기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는 대통령직 인수위의 요구를 의식한 듯, "문서폐기 등은 일체 있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 당선자는 "대통령이 선진시스템을 구축하느라고 애를 많이 썼다"며 "정책 결정 과정이나 변경 과정에 대해 매우 유익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통령이 직접 챙기니까, 가능한 것 같다"는 치하도 잊지 않았다.
이 당선자는 만찬이 끝날 무렵에도 "대통령이 이렇게 많이 준비를 해줘서 대단히 고맙다"고 인사를 건넸다.
노 대통령은 "퇴임해서 정치 활동을 할 지 안 할 지 모르겠는데, 퇴임 후에도 (이명박 당선자에 대한) 정책비판은 할 수 있겠지만, 대통령직에 대한 권위와 신뢰를 지키는 데는 도움을 드리겠다"며 "필요하면 (내가 직접) 국민들에게 설명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이 당선자는 "후임자가 전임자를 예우하고 잘 모시는 아름다운 전통을 만들어나가겠다"고 화답했다.
이 날 만찬 분위기는 "화기애애"(천호선 대변인), "화목하고 유익"(주호영 대변인)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내가 민주당과의 통합에 반대해서 인기가 없어지기도 했지만... " 등의 농담을 건네며 여러차례 웃었다. 노 대통령은 또 만찬 초반에 "조만간 내외 분이 함께 식사하는 기회를 갖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식사는 약간의 회가 포함된 한식이었고, 두 사람은 와인 한잔씩을 주고 받았다.
한편 이날 만찬은 대통령 선거 다음날인 지난 20일 노무현 대통령이 이명박 당선자에게 축하 전화를 하면서 이뤄졌다. 그러나 'BBK 특검법'이 처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청와대 만찬에 응하는 것이 자칫 오해를 살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회동 약속을 미뤘다. 전날(27일) 국무회의에서 특검법이 통과되면서 비로서 양측간 회동 약속이 잡혔다.
다음은 천호선 대변인과 주호영 대변인의 브리핑을 종합한 노 대통령과 이 당선자간 대화록 요지이다.
노무현 "조만간 내외 분이 함께 식사하는 기회를 갖자."
이명박 "노 대통령께서 퇴임 후 김해로 내려가시는 것이냐?"
노무현 "그렇게 할 계획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고향으로 돌아가면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고,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아름다운 전통이 될 것이다."
노무현 "시골마을을 아름답게 꾸며보고 싶다. 농촌이 너무 무질서하게 개발돼 있다. 살기좋은 농촌을 만들고 지역안전네트워크 구축 등에 앞장 설 생각이다. 국민소득이 3-4만불까지 되려면 그만큼 품격을 갖춰야 한다. 내 고향에서 이런 일을 하고 싶다."
이명박 "청와대 생활이 갑갑하지 않냐? 몰래 밖에 나가신 적은 없냐?
노무현 "밖에 나갈려면 나갈 수 있는데, 편안한 분위기에서 나가기가 어려워 못가는 경우가 많다.지방에 가서 휴식을 취하려고 해도 안되는 경우가 많다. 휴가와 외출을 하고 싶어도 재해 등 비상사태에 대한 대비와 국민에게 끼치는 불편 때문에 자제할 수밖에 없다. 5년 전에 (청와대에) 들어와보니 보기 험한 시설들이 많아 고치고 싶었는데, 초기에 고치면 자신을 위해 고친다는 이야기를 들을 것 같아서 작년, 올해 많이 고쳤다. 당선인이 생활하기 좋으실 것이다.
정 부가 주관하는 국정은 인계 할 것이 별로 없다. 사람도 조직도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청와대는 사람도 조직도 비워줘야해서 인계 할 것이 많다. 2005년 말부터 대비해서 많이 준비했다. 대통령 기록관리법도 만들고 실무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국정관리시스템이 매우 잘 준비되어있기 때문에 업무 효율성도 높아졌고 보안성의 문제도 거의 없다고 본다."
이명박 "디지털 시대에 청와대가 앞장서서 선진 시스템을 구축하느라고 애를 많이 쓰셨다. 정말 잘된 것 같다. 대통령이 직접 챙기니, 가능한 것 같다."
노무현 "중점적으로 관리했던 정책에 대해 수행과정을 다 기록하도록 지시하고 공개할 생각이다.부동산과 교육 문제는 그 정책의 역사를 꼭 되짚어 볼 필요가 있어 '부동산 정책 40년사', '교육정책 40년사' 책 두권을 만들어 출판을 했다."
이명박 "그 책을 주시면 읽어보겠다."
노무현 "꼭 읽어보시면 매우 도움이 되실 것 같다.... 임대주택법과 4대보험통합법은 시급히 처리했으면 좋겠다. 정파의 이익을 떠나 매우 시급한 법안이다."
이명박 "적극적으로 검토해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도록 노력하겠다.(임태희 당선자 비서실장에게 챙기도록 지시함.)
제가 보기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책임 여부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우선 만약 청와대에서 제기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인수위 및 현 정권이 이제서야 발표한다는 것이 문제이고(그동안 놀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실이 아니라면 그 문제를 제기한 저의가 의심됩니다. 좀 더 두고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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