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09 09:00
지난 6월 한 달 동안은 좋은 영화들을 많이 봐서 꽤 뿌듯했습니다. 영화를 보고 감상문을 쓴 것이 총 10편인데 개봉작이 5편, 기획전과 DVD 감상이 5편입니다. <숏버스>는 존 카메론 미첼 특별전에서, <천국의 가장자리>와 <유, 더 리빙>은 씨네휴 레인보우를 통해 봤고요, <팩토리 걸>과 <이스턴 프라미시스>는 DVD로 감상했습니다. 하지만 저의 월간 부문별 베스트는 개봉영화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이들 영화들을 포함시킬 수 없어 많이 아쉽습니다. <천국의 가장자리>와 <유, 더 리빙>만이라도 어떻게 안될까 고민해봤는데 시네휴 프로그램도 일종의 특별전 형식이라는 결론 하에 제외시키기로 했습니다. 대신 나중에라도 정식 개봉이 되면 그때 포함시키기로 하겠습니다.
<더 킹>에서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과 윌리엄 허트의 연기도 좋았습니다. 폴 다노는 역할 자체가 워낙 제한적이었던 데다가 <데어 윌 비 블러드>(2007)에서의 신들린 연기를 이미 본 탓에 그다지 흡족하지는 않더군요. <쿵푸 팬더>의 포와 시푸도 잘 했죠? 거북이 대사부님의 마른 혓바닥에 떨림 연기도 훌륭했습니다.

언제 또 볼 일이 있을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더 킹>에서 엘비스(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의 이복 동생으로 출연해 비극의 히로인이 된 펠 제임스(Pell James)를 이달의 여자배우로 꼽고 싶네요. 극 중에서 16살 고등학생으로 나오는데 실제로는 무려 77년생이십니다. 어린 나이에 참 힘든 역을 잘 소화했다는 칭찬은 굳이 할 필요가 없겠군요. 오히려 그 나이에도 불구하고 교복 입은 여고생 역할을 참 잘 해내셨다고 해야 하나요. 필모그래피를 보면 <더 킹> 직후에 짐 자무쉬 감독의 <브로큰 플라워>(2005)에도 출연했고 데이빗 핀처 감독의 2007년작 <조디악>에도 출연했지만 최근까지도 크게 기억에 남을 만한 역할은 하지 못하고 있는 편이네요. 그러나 <더 킹>에서 만큼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워낙에 작품과 배역 자체가 인상적이기도 했지만요.
<원티드>의 안젤리나 졸리는 진정한 운명의 여전사로서 자기 역할을 100% 잘 해주셨죠. 접하는 소식이 브란젤리나 커플과 그 아이들임에도 매년 한 두 편씩 꼬박꼬박 해주시는 은근히 성실한 배우이십니다. <해프닝>에서 조이 디샤넬에 대해 혹평이 많은 편인데 저는 칭찬할 정도는 아니지만 마크 월버그나 존 레귀자모 만큼이나 자기 역할을 충실히 했다고 생각합니다. 뭐 이런 말 해봤자 작품 자체가 워낙 욕을 먹고 있어서 별 소용이 없겠지만요.

<해프닝>에 대한 관객 만족도는 개인마다 워낙 다르고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도 평가가 다를 수 있지만 영화가 던져준 화두 자체는 과연 M. 나이트 샤말란이더군요. 개인적으로 M. 나이트 샤말란이 즐겨 다루는 초현실적이나 비상식적인 현상 자체에 이끌려 좋아해왔던 것은 아닙니다만 지구 상의 먹이사슬의 가장 밑바닥에 위치해있다고 여겨온 식물들이 어떤 이유에서건 인간을 말살시킬 수도 있다는 발상 자체는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그 발상을 흥미로운 대중 영화의 문법으로까지 이끌어내지 못한 건 감독의 책임이지만 이처럼 당연하게만 여겨왔던 어떤 사실에 대해 새로운 각도로 생각해볼 수 있게끔 해주는 기회 자체는 통상적으로 영화라는 매체로부터 기대할 수 있었던 것 그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간만에 '이달의 영화에 버금상'이 아니라 정말로 '이달의 이야기'로서 영화 한 편을 꼽을 수 있어 기분이 좋습니다.

전반적으로 액션 씨퀀스들의 디자인이 참 잘된 작품이라는 생각을 시종일관하면서 봤습니다. 편집도 시원시원하고 만화 속에서나 가능한 비주얼 마저도 그냥 마음 비우고 주욱 따라갈 수 있었던 작품이었네요. 제가 가장 좋아했던 장면은 웨슬리(제임스 맥어보이)와 크로스(토마스 크레치만)의 열차 추격씬이었습니다. 안젤리나 졸리가 승용차로 열차를 들이받는 장면도 호쾌했지만 이후 가교 위에서 차량들이 무너져 내리는 부분에서의 스펙타클이 대단했어요. 모형으로 촬영했다고 하는데도 보는 동안 우와~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더군요.
<쿵푸 팬더>에서 타이 렁이 탈출하는 씨퀀스도 시각적으로 상당한 쾌감이 있었습니다. 제가 좀 롤러코스터 타는 듯한 장면을 좋아하는가 봅니다. 하지만 개봉 영화가 아닌 작품들까지 포함시켰더라면 씨네휴 레인보우 상영작들 가운데 하나인 <유, 더 리빙>을 이달의 비주얼로 꼽았을 거예요. 시종일관 탈색해놓은 듯 뽀얀 영상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달에는 수록곡이나 오리지널 스코어가 특별히 인상적이었던 작품이 없네요. <해프닝>에서 제임스 뉴튼 하워드의 오리지널 스코어가 좋았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런 쪽 음악에는 귀가 거의 멀었나 봅니다. <원티드>의 음악도 분위기를 꽤 돋궈주는 편이었던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곡이 없는 건 마찬가지이고요. 그렇다고 <쿵푸 팬더>의 엔딩 크리딧에 나오는 Kung Fu Fighting을 꼽을 수도 없고. 그나마 <더 킹>을 볼 때 이런 차분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에 배경음악이 한 몫을 하고 있구나 라고 '인식'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긴장감을 조성하는 톤으로 바뀐 것이 확 느껴질 정도로 정말 시종일관 차분했던 곡이 있었는데 영화 OST 앨범도 없으니 곡명을 찾을 길이 없네요. OST 앨범을 구성할 정도로 곡들이 많이 쓰인 것 같지도 않았고요. 아쉬운 대로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만한 예고편을 대신 올립니다. 실제 영화 분위기에 비해 굉장히 다이나믹하군요. ㅋ
이달의 영화 (Movie of the Month)
더 킹 (The King, 2005), 6월 5일 개봉

스타일도 신선했고 주제 의식도 상당히 날카로운 작품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창동 감독의 <밀양>(2006)에서 다소 모호하게 느껴졌던 부분들을 이 작품을 통해 좀 더 생각해볼 수 있어서 더 좋았습니다. 포스터의 헤드카피는 '신에 대한 도발적인 질문'이지만 사실은 신의 이름으로 스스로의 죄를 용서하는 행위에 대한 질문이라고 할 수 있겠죠. 줄거리는 복수극처럼 보이기도 합니다만 실질적으로는 고대 신화 속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느낌도 들고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이 연기한 천연덕스러운 캐릭터 덕분에 전반적으로 우화에 가까웠다는 생각입니다. 히스패닉계에 대한 미국 중산층의 불안감을 묘사했다거나 미국과 제 3세계의 관계를 은유하고 있다는 식으로까지는 해석하고 싶지 않네요. 나름대로 문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인데 너무 조용히 개봉했다가 금새 사라져버려 상당히 아쉽습니다.더 킹 (The King, 2005), 6월 5일 개봉
이달의 남자배우 (Actor of the Month)
제임스 맥어보이 @ 원티드 (Wanted, 2008), 6월 26일 개봉

재미있게 본 영화인데 쌩까면 안된다는 생각과 이렇게 험한 영화 찍느라 고생했을 노고를 생각해 제임스 맥어보이에게 이달의 남자배우상을 주기로 했습니다. 제임스 맥어보이의 출연작들 가운데 <원티드> 말고는 이제까지 <어톤먼트>(2007)가 유일했습니다. 그럼에도 필모그래피 상의 작품들을 보면 대강의 이미지를 알 수가 있죠. <원티드>는 나름대로 연기의 폭을 넓히는 모험적인 시도였다고 생각하고 그 노력에 걸맞는 충분한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배우에게 있어 가장 큰 보상이란 관객들과 업계 종사자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인정받는 것이겠죠.제임스 맥어보이 @ 원티드 (Wanted, 2008), 6월 26일 개봉
<더 킹>에서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과 윌리엄 허트의 연기도 좋았습니다. 폴 다노는 역할 자체가 워낙 제한적이었던 데다가 <데어 윌 비 블러드>(2007)에서의 신들린 연기를 이미 본 탓에 그다지 흡족하지는 않더군요. <쿵푸 팬더>의 포와 시푸도 잘 했죠? 거북이 대사부님의 마른 혓바닥에 떨림 연기도 훌륭했습니다.
이달의 여자배우 (Actress of the Month)
펠 제임스 @ 더 킹 (The King, 2005), 6월 5일 개봉
펠 제임스 @ 더 킹 (The King, 2005), 6월 5일 개봉
언제 또 볼 일이 있을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더 킹>에서 엘비스(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의 이복 동생으로 출연해 비극의 히로인이 된 펠 제임스(Pell James)를 이달의 여자배우로 꼽고 싶네요. 극 중에서 16살 고등학생으로 나오는데 실제로는 무려 77년생이십니다. 어린 나이에 참 힘든 역을 잘 소화했다는 칭찬은 굳이 할 필요가 없겠군요. 오히려 그 나이에도 불구하고 교복 입은 여고생 역할을 참 잘 해내셨다고 해야 하나요. 필모그래피를 보면 <더 킹> 직후에 짐 자무쉬 감독의 <브로큰 플라워>(2005)에도 출연했고 데이빗 핀처 감독의 2007년작 <조디악>에도 출연했지만 최근까지도 크게 기억에 남을 만한 역할은 하지 못하고 있는 편이네요. 그러나 <더 킹>에서 만큼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워낙에 작품과 배역 자체가 인상적이기도 했지만요.
<원티드>의 안젤리나 졸리는 진정한 운명의 여전사로서 자기 역할을 100% 잘 해주셨죠. 접하는 소식이 브란젤리나 커플과 그 아이들임에도 매년 한 두 편씩 꼬박꼬박 해주시는 은근히 성실한 배우이십니다. <해프닝>에서 조이 디샤넬에 대해 혹평이 많은 편인데 저는 칭찬할 정도는 아니지만 마크 월버그나 존 레귀자모 만큼이나 자기 역할을 충실히 했다고 생각합니다. 뭐 이런 말 해봤자 작품 자체가 워낙 욕을 먹고 있어서 별 소용이 없겠지만요.
이달의 이야기 (Story of the Month)
해프닝 (The Happening, 2008), 6월 12일 개봉
해프닝 (The Happening, 2008), 6월 12일 개봉
<해프닝>에 대한 관객 만족도는 개인마다 워낙 다르고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도 평가가 다를 수 있지만 영화가 던져준 화두 자체는 과연 M. 나이트 샤말란이더군요. 개인적으로 M. 나이트 샤말란이 즐겨 다루는 초현실적이나 비상식적인 현상 자체에 이끌려 좋아해왔던 것은 아닙니다만 지구 상의 먹이사슬의 가장 밑바닥에 위치해있다고 여겨온 식물들이 어떤 이유에서건 인간을 말살시킬 수도 있다는 발상 자체는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그 발상을 흥미로운 대중 영화의 문법으로까지 이끌어내지 못한 건 감독의 책임이지만 이처럼 당연하게만 여겨왔던 어떤 사실에 대해 새로운 각도로 생각해볼 수 있게끔 해주는 기회 자체는 통상적으로 영화라는 매체로부터 기대할 수 있었던 것 그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간만에 '이달의 영화에 버금상'이 아니라 정말로 '이달의 이야기'로서 영화 한 편을 꼽을 수 있어 기분이 좋습니다.
이달의 비주얼 (Visual of the Month)
원티드 (Wanted, 2008), 6월 26일 개봉
원티드 (Wanted, 2008), 6월 26일 개봉
전반적으로 액션 씨퀀스들의 디자인이 참 잘된 작품이라는 생각을 시종일관하면서 봤습니다. 편집도 시원시원하고 만화 속에서나 가능한 비주얼 마저도 그냥 마음 비우고 주욱 따라갈 수 있었던 작품이었네요. 제가 가장 좋아했던 장면은 웨슬리(제임스 맥어보이)와 크로스(토마스 크레치만)의 열차 추격씬이었습니다. 안젤리나 졸리가 승용차로 열차를 들이받는 장면도 호쾌했지만 이후 가교 위에서 차량들이 무너져 내리는 부분에서의 스펙타클이 대단했어요. 모형으로 촬영했다고 하는데도 보는 동안 우와~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더군요.
<쿵푸 팬더>에서 타이 렁이 탈출하는 씨퀀스도 시각적으로 상당한 쾌감이 있었습니다. 제가 좀 롤러코스터 타는 듯한 장면을 좋아하는가 봅니다. 하지만 개봉 영화가 아닌 작품들까지 포함시켰더라면 씨네휴 레인보우 상영작들 가운데 하나인 <유, 더 리빙>을 이달의 비주얼로 꼽았을 거예요. 시종일관 탈색해놓은 듯 뽀얀 영상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달의 영화음악 (Music of the Month)
더 킹 (The King, 2005) by Max Avery Lichtenstein
더 킹 (The King, 2005) by Max Avery Lichtenstein
이달에는 수록곡이나 오리지널 스코어가 특별히 인상적이었던 작품이 없네요. <해프닝>에서 제임스 뉴튼 하워드의 오리지널 스코어가 좋았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런 쪽 음악에는 귀가 거의 멀었나 봅니다. <원티드>의 음악도 분위기를 꽤 돋궈주는 편이었던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곡이 없는 건 마찬가지이고요. 그렇다고 <쿵푸 팬더>의 엔딩 크리딧에 나오는 Kung Fu Fighting을 꼽을 수도 없고. 그나마 <더 킹>을 볼 때 이런 차분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에 배경음악이 한 몫을 하고 있구나 라고 '인식'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긴장감을 조성하는 톤으로 바뀐 것이 확 느껴질 정도로 정말 시종일관 차분했던 곡이 있었는데 영화 OST 앨범도 없으니 곡명을 찾을 길이 없네요. OST 앨범을 구성할 정도로 곡들이 많이 쓰인 것 같지도 않았고요. 아쉬운 대로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만한 예고편을 대신 올립니다. 실제 영화 분위기에 비해 굉장히 다이나믹하군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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