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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정 고운 정 쌓으며 사는 게 무엇인지를 언제 느끼십니까? '살며 사랑하며'라는 제목으로 내 이웃에 관한 이야기를 써 본다면 누구 얼굴이 떠오르시나요?
한 아주머니가 계십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보아 와서 너무 익숙한 한 아주머니가 계십니다. 그 분은 저희 집에 참 자주, 너무 자주 놀러오십니다. 밤 9~10시가 되어도 당신께서 원하시면 오실 때도 있습니다.
그 아주머니와 얽힌 정이 많아서 그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목소리 크기로 따지자면 그릇 한 개 정도는 거뜬히 깨실 수 있다 싶지만, 몸매는 호리호리한 편이라서 저 못지않게 산들바람에도 흔들릴 듯합니다.
그런데 그 아주머니 옛 모습을 생각해보니 그 때와 많이 다르다 싶었습니다. 궁금했고 또 걱정스럽기까지 했습니다. 그래도, 그 아주머니 삶을 조금씩 알게 되면서 사람 마음을 알아주면서 산다는 게 무엇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해하기 힘든 일이 있어도 그 모습 그대로 받아주며 서로 알아간다는 게 무엇인지를 새삼 많이 깨닫고 있습니다. 그렇게 더불어 사는 모습 한 자락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어보렵니다.
"그냥 받아줘, 힘들어서 그런 거야"
초등학교 시절 내내 아니 그 이후에도 한참이나 한 동네에서 살았습니다. 5층 아파트 1층에서 서로 마주보며 살았습니다. 그 집 아들과 저는 같은 초등학교를 다녔고 어쩔 수 없이(?) 가끔 싸우기도 했습니다. 우린 그런 이웃이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좀 흩어져 살다가 얼마 전 다시 붙어살게 되었습니다. 같은 동네에 살게 되었지요. 그런데, 그 집 아주머니께서 바로 옆에 살던 때보다 더 자주 오십니다. 그런데 무척 궁금했던 게 있습니다. 예전보다 힘이 없어 보이고 때론 뭔가에 홀린 듯한 멍한 모습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느낌을 받은 후, 어머니와 아주머니 문제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알게 되었지요. 왜 그렇게 우리 집을 자주 오시는지, 또 왜 그리 반쯤 정신을 놓고 다니시는지.
자식 다 키워 시집, 장가보낸 후 그 집 아저씨께서 중풍이 드셨습니다. 거동도 잘 못하시고 말씀도 잘 못하시지요. 두 분이서만 사시는데 그게 한두 해 그런 게 아니라서 언제부턴가 힘에 부치셨나 봅니다. 그런 것이 언제부턴가 마음에 병이 되어 자리잡았나봅니다.
그런데 아주머니께서 저희 집에 너무 자주 오십니다. 한밤중에도 오십니다. 더 큰 문제는 아주머니 집에서 잘 안 드시는 음식을 모아서 오신다는 겁니다. ‘우리 집은 안 먹는데, 아줌자 먹으려면 먹어’라고 하시면서요. 그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딸이 사는 집이 가까워도 시부모 눈치 보랴 잘 안 가시고 저희 집에 자주 오시는 그 아주머니는 아무래도 어머니를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아니, 이야기를 할 상대를 찾아서 저희 집을 오시는 것 같습니다. 어머니가 그런 뜻으로 눈치를 주신답니다.
“얘, 아줌마 오시면 문 잘 열어줘. 나 없다고 그냥 보내지 말고.”
“네, 그래도 어머니 없으실 땐 뭐하러 들어오시라고 해요. 그냥 보내드리는 게 낫지.”
“얘는, 그러지 마. 그냥 물어봐. 뭐 들고 오면 미리 물어봐서 받아놓고.”
받아두랍니다. 저희 집에 오실 때는 여지없이 무언가를 들고 오시는 것이니 미리 물어봐서 무엇이든 받아놓으랍니다. 나중에 어찌 달리 처리(?)하는 한이 있더라도.
어릴 때 너무 많이 봐서, 그 집 아들과 심하게 얼굴 붉히며 다툰 적도 있어서 이제 그만 보아도 되겠다 생각했습니다. 가끔 보면 된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제 어머니를 이제는 상담자 삼듯 찾아오십니다.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제 정신을 찾아가시고 힘을 얻어 가곤 하십니다.
제 기준으로 볼 땐 너무 자주 오시는 아주머니, 조금 정신을 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아주머니. 수 천 미터 밖에서도 보이기만 하면 누군지 다 아는 그 아주머니를 볼 때 어떻게 해드려야 하는 걸까요? 저는 요즘 누군가의 마음을 살피는 일이 무엇이고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배우고 있습니다.
투정 아닌 투정으로 바뀌는 제 얄팍한 고민이 그렇게 입 밖으로 나오면, 어머니는 항상 제게 주의를 주십니다. 그건 사실, 아주머니를 다독이기 전 저를 다독이는 일이기도 합니다. 물론 여러분이 그 대상일 수도 있지요. 바로 지금, 당신 마음은 어떤 모습인가요?
“그냥 받아줘. 힘들어서 그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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