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영화 <추격자>에 대한 환호와 평가가 끝난 상황에서 뒷북이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지만 극장에선 내리고 안방을 찾기 시작한 상반기 최고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게 되네요.
비가 와서인지 영화속에서 내리던 비가 먼저 생각이 납니다. 만약 이 영화에서 주인공이 바뀌었다면 어땠을까요? 엄중호역에 하정우가 범인인 지영우역에 김윤석이 캐스팅 되었다면 이런 영화가 탄생도 하지 못했었을 것입니다. 트랜드화 되어버린 방식을 버리고 역설적으로 꽃미남같은 범인과 범인같은 주인공은 이 영화를 더욱 멋지게 만들었지요.
주인공은 엄중호는 형사출신이자 현업은 보도방 주인입니다. 그러나 최근 자신이 관리하는 여자들이 사라지기 시작하자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감지하기 시작합니다. 그날도 여자를 찾는 전화가 와 집에 있는 미진을 보내지요. 그리고 미진에게 그 남성의 집에 도착하면 문자를 보내라고 합니다. 그는 번호를 통해 미진을 찾은 남자가 바로 자신이 관리하던 여자들을 빼돌린 인물임을 확신하지요.
그러나 범인의 집에서는 어떤 전파도 통하지 않은 완벽하게 막힌 공간이었습니다. 그렇게 미진은 갇히게 되지요. 하지만 엄중호와 우연히 맞닥트리게 된 지영우는 도망을 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중호는 추격을 하기 시작하지요. 자신의 여자들을 팔아넘긴 범인이 눈앞에 있는데 놓쳐서는 안되는 일이지요. 어렵게 잡아들인 그 범인. 파출소에서 그 범인은 자신이 연쇄살인자라고 자백을 하게 됩니다. 시장이 오물 투척을 받아 위기에 몰린 형사들에게는 범인 영우는 희소식이 아닐 수없습니다. 분명 그는 연쇄 살인범이어야만 했습니다.
경찰 조직에게는 시장의 오물 투척 사건을 가릴 수있는 특별한 이슈가 필요했는데 바로 연쇄 살인범의 체포 소식은 쾌재일 수밖에는 없는 일이었지요. 그렇게 진행되던 수사는 아침을 맞이하면서 이상하게 돌아가게 됩니다. 스스로 자백을 한 범인은 시체가 어디에 있는지 자신이 진짜 범인인지에 대한 증언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렇게 풀려나게 된 연쇄 살인범과 아직 살아있을 것이란 희망을 가지고 미진을 찾는 중호.
이미 560여만 명이 관람을 하셨기에 내용에 대해서는 다들 알고 계실 거라 봅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모태가 된 사건에 대해서도 알고 계실거구요. 실제 사건을 재해석하는 방식에서도 이 영화는 다른 영화들과는 무척이나 달랐습니다. 과거의 사건의 그대로 재현하는 영화들이 주를 이뤘다면 이 영화는 모티브만 빌려와 전혀 새로운 형식으로 다가갔다는 것이 여타 다른 영화들과의 차이점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제목이 이야기 하듯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추격을 합니다. 누군가는 추격을 받기도 하지요. 이런 긴박함이 주는 긴장감은 이 영화를 더욱 재미있게 만들어주었지요. 그리고 종반부로 가면서 관객들의 기대를 무참히 거부하는 감독의 배포가 더더욱 이 영화를 빛나게 해주었습니다. 마지막 그들의 혈투도 대단했지만 역시 개인적인 이 영화의 백미는 느슨한 타이밍에 터진 잔혹함이었습니다. 살아남은 미진과 슈퍼마켓. 그 협소한 공간과 범인을 은밀하게 뒤쫓았던 형사가 지켜보는 그 상황에서 주는 긴장감은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씬이였다는 생각입니다. 만약 이 장면이 없었다면 이 영화는 결코 500만 명을 넘어서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2008년 한국영화의 새로운 발견이라고 감히 말할 수도 없었을 듯 합니다.
주인공인 전직 형사 포주는 형사시절에도 조직내 만연한 비리 문제로 옷을 벗어야만 했습니다. 그만의 문제도 아니었겠지요. 대사에서도 나오지만 나보다 더 해쳐먹은 놈들도 그대로 자리 지키고 있는데..처럼 그는 모질게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리고 보도방을 운영하면서도 그는 자신이 관리하는 여자들이 사라지는 것을 목도해야만 했죠. 수천만원의 몸값이 들어간 그녀들의 행방을 찾고 싶어 미칠지경이었던 그에게는 형사시절 익힌 수사감각이 가장 잘 살아날 수밖에는 없었을 듯 합니다. 너무 간절하면 통한다고도 하지요. 그렇게 그는 형사시절때는 감히 드러나지 않았던 강한 추격의지의 단초는 자신의 삶을 좌우하는 돈이었지요. 비록 중반을 넘어서며 미진의 딸에게 애뜻함을 느끼기는 하지만 그를 미치게 만들었던 것은 어쩌면 자기 자신이었던 듯 합니다.
영화속에서 그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저 낡은 사무실과 그를 연결하는 수많은 전화밖에는 없지요. 그리고 돈을 벌기위한 찌라시를 뿌리는 직원이 있을 뿐입니다. 전직 경찰이었지만 그 조직내에서도 그를 좋아하는 이들은 없습니다. 변변찮은 그에게 선배도 후배도 없습니다. 가족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되지도 않습니다. 그저 비리를 저지르고 짤린 부도덕한 형사라는 딱지만 있을 뿐이지요. 그렇게 그는 삶의 밑바닥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자신의 전부일지도 모를 재산을 이 보도방을 위해 투자했을 것입니다. 그런 자신의 모든 것이 사라져 가고 있음을 지켜볼 이는 아무도 없겠지요.
그렇게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일어선 그에게 범인은 꼭 잡아야만 하는 이유이지요. 그에게 이 추격은 단순한 추격전이 아닌 자기 자신의 인생을 찾아내기 위한 자신을 쫓는 추격전이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추격의 끝에 남겨진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사건이 해결되었다고 그가 다시 형사가 될 수있는 것도 아니고 보상을 받을 수있는 방법도 모호한 그에게 남겨진 것은 어쩌면 자신이 자신을 추격한 힘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세상에는 잃어버린 자신을 추격하기 위한 추격자들이 많을 듯 합니다. 인생에서 실패를 모르고 살아가는 이들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대다수는 몇번의 실수와 패배를 경험하며 살아가지요. 오뚝이처럼 일어서는 이들도 있지만 그대로 포기해버리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 절망의 순간에 나약해지고 패배자의 모습으로 점철된 자신을 추격할 힘을 가진다면 뭔가 새로운 것들을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나홍진 감독은 분명 2008 한국영화계의 발견임이 분명합니다. 독립 단편을 시작으로 그의 영화세계는 구축되어져 왔지만 그가 일반 관객들에게 선보인 이 한 편의 상업영화는 장기 침체로 가고 있는 한국영화계에 시사하는 점이 많지요. 제 2의 나홍진은 과연 등장할 수있을까요? 한국 영화계에도 이제 나홍진을 추격해야할 새로운 추격자들이 나서야 할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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