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늙어감을 발견 할 때.
- Posted at 2008/07/13 18:09
- Filed under 은파에세이/가족
특히 논과 밭에서 또는 바닷가 어장에서 여생을 사시는 농어촌 부모님들은 더 빨리 그 모습이 변해 갑니다.
같이 부모님을 모시고 산다면 그 느낌이 덜 하겠지만 일년에 두어번 고향을 방문해 뵙는 도시의 자녀들 눈에는 한번한번 볼때마다 세월을 거스리지 못하고 변해가는 부모님 모습을 너무도 쉽게 발견 할 수가 있습니다.
부모님이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고 있다는것을 나는 과연 어디에서 느낄까요.
어머닌 음식 솜씨가 매웁기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4대째 장손집 맏며느리로 시집을 왔으니 많은 집안 식솔들의 입맛을 충족 시키려면 시집살이가 보통이 아니었을테고 또 스스로도 부단한 노력의 결과가 있었을것 입니다.
저희 가정은 할아버지 때부터 전혀 육식을 하지 않는 음식 문화가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여기에서 자세히 설명을 드릴 수는 없지만 종교적 영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니 천연 재료로만 맛을 내야 했으니 집안 잔치때의 엄마의 고충은 이루 말할수가 없었을것 입니다. 물론 대사때는 돼지도 잡고 소고기 음식도 장만 하지만 그것은 마을 이웃 아주머니들이 손써주는 일이고 명절때고 집안의 모임일때는 저희 집엔 전혀 고기 음식을 장만 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작은 할아버님이며 떨어져 살고 있었던 친척들이 이구동성으로 큰집에만 오면 뭐든 맛있다고 하면서 엄마의 음식 솜씨를 무던히도 칭찬 했었습니다.
시골에선 김장을 품앗이로 합니다.
오늘은 이집에서 모여서 이집 김장을 하고 내일은 저집, 그런 식으로 그런데 동네 아주머니들이 저희집 김장을 할때면 모두들 열중 쉬어 입니다. 어머니만의 독특한 김장 담구는 법을 엄마의 명령에만 도와 주어야 하니 그럴 수 밖에요. 엄마의 김장은 처음엔 특출한 맛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시간이 지나고 숙성이 되면서 제대로 된 맛을 냅니다. 지금도 작은 아버님들이 제일 부러워 하는게 늦은봄에 꺼내어 먹어도 아삭아삭하게 감칠맛을 잊지 않고 있는 형수님 김장은 국보급 이라고 할 정도였으니....
저는 명절때 고향을 갈라치면 고속도로 사정을 감안해 새볔에 고향집에 도착하는 방법을 자주 합니다.
보통 새벽 3,4시 오는길에 휴게소에 들어 요기는 하지만 고향집에 도착하면 안도감과 평온함에 출출 한게 사실 입니다. 그때마다 어머님은 내가 좋아하는 두부김치국을 잽싸게 해오시는데 그 시간이 라면 하나 끊이는 시간을 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 맛은 어디 하나 부족함이 없습니다.
아내가 그럽니다. 어머님은 건성건성해도 뭐든지 맛있다고.. 그런데 왜 나는 그 맛이 안나지...
그런던 어느 해.
어머님께서 저를 성급히 부르시며 "야야 이것 맛좀봐라 간이 잘되었는지 도통 감이 안온다, 소금을 더 넣어야 되겠지?" 이렇게 저에게 국자로 국물을 떠주시며 물어 옵니다. 맛을 봤지요. 그동안 어머니의 음식보다는 조금 짭니다. 그런데도 어머닌 소금을 더 넣어야 되지 않냐며 물어 왔습니다. "아녀 딱 적당햐 맛나고만, 아버님 식사 하시라고 하까?"
"그려 근데 요즘은 늙어서 그런지 도통 간을 맞출 수가 없어야"
그 후로 어머닌 평소에 안하시던 간을 맞추는 시험대상을 나의 입을 통해 하는일이 잦아 졌습니다.
그렇게 명절날이 지나고 순자와 윤자(누님과 여동생)가 왔습니다.
그런데 밥을 먹다가 막내 여동생이 하는 말 "엄마 국이 좀 짜네 이것 언니가 한 거지?" 하면서 나의 아내를 지목 합니다. "짜냐? 야들은 맛있다고 잘들 먹더만 ...."
식사가 끝난 후 엄마는 나의 손을 끌면서 "야 이것 정말 괜찮지 응? 그런데 저년은 오랜만에 와서 왠 복장을 지르고 지랄이다니 지것들 온다고 많이 했고만.." 그 말엔 서운함이 가득 합니다.
저는 어머님이 늙어감을 이때 느꼈습니다.
물론 그 동안 신체가 예전과 많이 나약해 지는 모습은 보아 왔지만 그 속에 내장되어 있는 감각마저 잃고 있다는것을 이때 처음 느꼈습니다. 그 후로는 들렀다가 올라오는 길이 참 많이도 무겁고 답답 합니다.
어머닌 나의 세세한 경험과 고통까지 기억 했었고 내가 잊고 있었던 지난일의 에피소드도 들추어서 이야기를 자주 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때 그랬었고 그런 상황 이었다고 이야기 하면
"그랬냐, 도통 기억이 안난다 야"
어머니는.
자식들이 세상을 가지면 가질 수록 늙어 갑니다. 그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인생이란 과정,
더욱 소중히 세상을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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