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역 옥루몽』(전 5권)
그린비 단행본/완역 옥루몽
2008/02/13 15:54
고전문학의 양식을 집대성한 우리 소설의 결정판
― 조선 최고의 베스트셀러, 완역 『옥루몽』(전5권)!!
『완역 옥루몽』
남영로 지음, 김풍기 옮김 | 도서출판 그린비 | 문학, 인문(고전)
출간일 : 2006년 5월 20일 | ISBN(13) : 978-89-7682-077-8(세트)
신국판(152X224mm)| 전 5권
소설가이자 신화학자인 이윤기는 어린 시절 할머니로부터 『옥루몽』(玉樓夢)을 구전으로 들으며 자랐다고 한다. 해방 전후 때만 해도 한문소설로서는 이례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었고, 무엇보다 운율을 붙이며 구연하기 쉽게 구성된 재밌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1950년대 김구용의 번역본이 출간된 이후로 그 명맥이 단절되었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옥루몽』은 내용을 1/4 가량으로 축약하여 독자들로서는 완역이 갖는 서사의 장대함과 표현의 깊이를 느끼기 어렵다. 이에 독자들이 『옥루몽』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표현미와 서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한문학 대중화에 앞장서온 국문학자 강원대 김풍기 교수의 새 번역으로 50년 만에 완역본을 출간하였다.
지은이_남영로 | 호는 담초(潭樵), 자는 임종(林宗)이다. 경기도 용인 화곡(花谷)에서 태어났다. 숙종 때 영의정을 지낸 약천(藥泉) 남구만(南九萬)의 5대손으로, 그림에 능하여 <전고대방>(典故大方)이라는 조선 후기 인명사전에 이름이 올라와 있다. 젊은 시절 여러 차례 과거에 응시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그는 부패한 과거제도에 환멸을 느껴 벼슬길을 단념하고, 화곡에 은거하여 제자백가서(諸子百家書)를 깊이 공부하며 청빈한 삶으로 평생을 보냈다. 은거하는 동안 옥련자(玉蓮子)라는 필명으로 지은 <옥련몽>(玉蓮夢)을 발전시켜 당대 최고의 고전소설 <옥루몽>(玉樓夢)을 집필하였다.
옮긴이_김풍기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다. 강원대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하였고 고려대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고려대 연구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강원대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옛시 읽기의 즐거움>, <옛시와 더불어 배우며 살아가다>, <삼라만상을 열치다>, 등을 비롯하여 많은 책을 썼으며, 풀어쓴 책으로는 <완역 옥루몽>(전5권), <아내 사랑하는 놈에게 죄를 물으신다면 - 국어시간에 고전읽기 015 윤지경전>이 있다.
옥루몽 1권
주요 등장인물
가족 관계도
<옥루몽> 배경지도
1회 - 문창성군이 옥황상제의 명을 받아 달을 감상하고, 관음보살이 부처님의 힘에 의지하여 꽃을 뿌리다
2회 - 허부인은 옥련봉에서 꿈을 깨고, 양공자는 압강정에서 시를 쓴 종이를 던지다
3회 - 노파는 항주에서 청루를 말하고, 수재는 객관에서 홍랑을 만나다
4회 - 원앙침 위에서 운우지정을 꿈꾸고, 연로정 앞에서 버드나무 가지를 꺾다
5회 - 노젓기 경주에서 방탕한 자 풍파를 일으키고, 전당호에서 여러 기생이 떨어진 꽃에 울다
6회 - 강남홍이 백운동에 몸을 의탁하고, 양창곡이 자신전에 책문을 올리다
7회 - 윤상서는 동상에서 아름다운 사위를 맞이하고, 양한림은 강주에서 선랑을 만나다
8회 - 오경 무렵 벽성산에서 옥피리 불고, 십년청루 붉은 점에 놀라다
9회 - 황씨 가문과 혼인을 정함에 천자가 중매 서고, 남쪽 오랑캐 정벌하러 양창곡 원수 출전하다
10회 - 간악한 계집종이 흉악한 꾀로 별당을 떠들썩하게 하고, 요사스러운 계교에 힘입어 노파가 단약을 팔다
11회 - 양원수는 흑풍산에서 큰 승리를 거두고, 와룡은 반사곡에서 성스러움을 드러내다
12회 - 골짜기를 잃은 나탁은 군사를 요청하고, 도사를 천거한 운룡은 산으로 돌아가다
고사성어 찾아보기
소설가이자 신화학자인 이윤기는 어린 시절 할머니로부터 『옥루몽』(玉樓夢)을 구전으로 들으며 자랐다고 한다. 해방 전후 때만 해도 한문소설로서는 이례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었고, 무엇보다 운율을 붙이며 구연하기 쉽게 구성된 재밌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1950년대 김구용의 번역본이 출간된 이후로 그 명맥이 단절되었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옥루몽』은 내용을 1/4 가량으로 축약하여 독자들로서는 완역이 갖는 서사의 장대함과 표현의 깊이를 느끼기 어렵다. 이에 독자들이 『옥루몽』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표현미와 서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한문학 대중화에 앞장서온 국문학자 강원대 김풍기 교수의 새 번역으로 50년 만에 완역본을 출간하였다.
『옥루몽』은 1840년대에 남영로가 지은 장편소설로서, 당시 큰 화제를 낳으며 조선 전역으로 퍼져간 베스트셀러이다. 이 책에 열광한 수많은 애독자들의 필사본이 세간을 떠돌았고, 인물의 파란만장한 행적이 이야깃거리가 되어 『강남홍전』, 『벽성선전』 등 여러 이본들을 탄생시켰으며, 심지어는 이 책에 대한 소식을 들은 순조 임금도 읽고서 칭찬했다고 한다. 베트남 북부에서 몽고까지 중국 전역의 방대한 무대에서 펼쳐지는 스펙터클한 전쟁, 천상(꿈의 세계)과 현실을 오가며 인연을 엮어가는 남녀간의 애절한 사랑, 조정을 어지럽히는 간신들의 부패정치에 맞서 싸우는 개혁 활동 등 풍부한 내용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엮어내 이전에 보았던 고전소설의 심미감을 한층 더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이번에 출간하는 번역본은 원전의 이런 속도감을 그대로 담아내면서도 옛글의 장중한 미감을 충분히 드러내었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고전소설의 재미와 풍부한 교양을 느끼도록 하여, 고전은 어렵다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쉽고 재미있게 고전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는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세계 속으로 뻗어나갈 우리의 고전!>
현재 『옥루몽』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KOCCA)의 지원을 받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고 있다. 옮긴이 김풍기 교수가 활동하고 있는 강원문화연구소를 중심으로, 재단법인 강원발전연구원과 주식회사 위드프로젝트가 참여하여 내년 상반기 완성을 목표로 한창 시나리오와 캐릭터 제작 중에 있다. 이미 완성된 시놉시스에 따르면, 원작의 스토리라인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배경을 명나라에서 미래의 지구사회로 바꾸어 좀더 세계적 보편성에 다가가도록 재구성한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애니메이션 제작이 완성되면, KOCCA의 중개를 통해 중국에 출시하는 한편,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과 아시아 콘텐츠 포럼 등에 출품할 예정이라고 한다. 영화로 제작되어 화제를 모았던 『춘향뎐』을 제외하면 우리 고전소설이 세계인들에게 쉽게 다가선 적은 별로 없었는데, 이번 『옥루몽』의 애니메이션 제작을 통해 우리 고전소설이 세계인들과 호흡할 가능성을 확인하고, 아울러 소설을 포함한 우리의 모든 고전 작품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향유되는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아우른 고전소설의 완성판>
『옥루몽』은 조선시대에 유행했던 다양한 문학 양식을 수용하고 이를 내용의 흐름 속에 적절히 삽입하여, 여러 양식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완결한 고전소설의 결정체이자 완성판이다. 천상 백옥루에서 달을 완상하며 풍류를 즐기던 문창성군과 다섯 선녀가 인간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는 기본 줄거리를 보면 몽자소설로 분류할 수 있지만, 이외에도 당시 널리 퍼져 있던 영웅군담소설, 판소리계소설, 가정·애정·정치소설 등의 양식을 모두 수용하였고 한시·노래·상소문·제문(祭文) 등 한문학과 국문시가 등 인접 장르까지 차용하였기 때문에, 기존 소설의 양식적 단일성을 넘어서는 ‘종합형의 소설’인 것이다.
이러한 양식의 종합은 다양한 장르들이 지니고 있는 독자적인 언어형식과 소통 방식을 활용하는 동시에 그 장르들에 익숙한 수용자층을 독자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이 같은 소통 방식의 다양성 때문에 『옥루몽』은 당시의 모든 독자층으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대중성과 진지성이 이상적으로 결합한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고전소설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한 매우 이례적인 작품으로 남아 있을 수 있었다(김종철 「『옥루몽』의 대중성과 진지성」, 『한국학보』 61, 1990; 이승수, 「『옥루몽』 소고 2」, 『한국언어문화』 제20집, 2001 참조). 『옥루몽』은 『무정』 이후 근대소설이 호황기를 누릴 때까지도 재판에 재판을 거듭하며 근대소설과 경쟁하는 우리 이야기로서 소설사 속에 면면히 위치해 있다.
▲ 당대의 문학 양식을 집대성한 우리 고전소설
조선시대에 유행했던 소설을 양식적 특성에 따라 구분하면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소설을 거론할 수 있다. 개인의 활약상과 일대기를 다룬 『홍길동전』류의 영웅소설, 『춘향전』·『심청전』 등의 판소리계소설, 『임진록』·『유충렬전』 등 전쟁을 소재로 한 군담소설, 처첩간의 갈등을 소재로 한 『사씨남정기』 등의 가정소설, 꿈과 현실의 이중 구조를 바탕으로 한 『구운몽』 등의 몽자소설이 그것이다. 이렇게 분류되는 기존 고전소설의 양식이 모두 『옥루몽』 속에 적절히 수용·배치되어 있다.
• 몽자소설의 성격
『옥루몽』은 꿈에서 현실로, 다시 현실에서 꿈으로 이동하는 구조를 통해 스토리를 전개하므로 흔히 몽자소설로 분류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환몽 구조를 통해 현실의 삶이 덧없다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꿈이라는 가상(천상)을 비유적으로 끌어와 현실의 삶이 꿈의 세계와 어떻게 조우하는지, 꿈의 세계를 통해 현실의 삶이 얼마나 풍요롭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몽자소설의 범주를 넘어선다. 작품 첫머리의 신선세계와 사건들의 이면에 있는 꿈·별자리 등은 모두 현실에 발 딛고 서 있는 사람들의 다채로운 모습과 나아갈 방향을 설명하기 위한 수사이다. 그리고 결말 부분을 『구운몽』과 대비해보면, 『구운몽』에서는 주인공이 천상에 올라가 인간 세상의 삶이 한낱 일장춘몽이라고 말해 속세를 초월하지만, 『옥루몽』에서는 이 땅에서 다복과 장수를 누리는 것으로 마무리짓는다. 이것 역시 현실에서의 삶을 어떻게 풍요롭게 가꿀 것인가를 더 강조하는 것이며,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옥루몽』은 기존의 몽자소설이 갖는 한계를 극복했다고 평가받는다.
• 영웅·군담소설의 성격
이와 더불어 여러 인물들의 활약상을 보아도 기존의 양식들을 차용하여 스토리 속에 적절히 융합하였음을 알 수 있다. 가령 작품 속에서 양창곡, 강남홍, 벽성선의 활약상을 통해서는 영웅소설의 일단을 발견할 수 있다. 태어날 때부터 이미 신기한 능력과 재주를 갖고 태어났고 문무를 모두 겸비한 양창곡이 과거에 급제한 후 주변 이민족을 평정하고 조정을 편안하게 만든다는 일대기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영웅소설의 모습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한발 더 나아가, 항주의 기녀인 강남홍이 소주자사의 겁탈을 피해 강물 속에 투신한 후, 남쪽 땅에 도착하여 무예와 진법, 도술과 환술을 익히고 나서 나라를 침략한 남방과 북방을 평정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그리고 있다. 또한 다소 소극적이고 순종적인 모습으로 그려지는 벽성선도 온갖 수난에도 불구하고 강직한 충의와 인의를 끝까지 지켜, 청신한 음악으로 천자의 방탕한 마음을 회심시키고 자신을 모해한 황소저의 죄를 용서하는 등 작품 내에서 크게 활약한다.
이러한 주인공들의 활약상을 보면 기존 영웅소설과 군담소설의 양식을 차용했음을 쉽게 알 수 있지만, 이 작품은 한발 더 나아가 진취적이고도 적극적인 여성상을 그려내고 있으며, 무엇보다 강남홍이 당시에는 억압받는 신분인 소실의 여성(남성도 아니고 정실부인도 아니라는 점)이었음에도 사건의 중심에 서서 방대한 서사를 이끌고 있다. 강남홍은 집안에서도 사건의 중심에서 해결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고, 전쟁터에서도 양창곡을 뛰어넘어 주도적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직접 관여하진 않지만) 조정의 일에도 양창곡의 행동을 조율하며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게 당시 소외된 여성을 사건의 중심에 위치시킨 점을 생각하면, 기존 영웅·군담의 양식을 넘어서 한 걸음 더 나아갔음을 알 수 있다.
• 가정·판소리계소설의 성격
한편, 벽성선을 향한 질투를 이기지 못해 온갖 방법을 동원해 집안에서 쫓아내는 황소저의 모습에서는 처첩간의 갈등을 소재로 한 가정소설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또 당시 유행하던 한글노래와 속담 등을 대거 수용하였고, 중간중간 지은이의 적극적인 평을 가미한다는 측면, 이와 함께 인간의 자연스런 욕망(칠정)을 긍정하는 평민적·근대적 사고를 도외시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는 판소리계소설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 한문학과 국문시가를 흡수한 법고창신의 글쓰기
이 작품은 한시와 고사, 상소문, 제문 등 한문학과 국문시가의 우수한 성과를 끌어들여 표현의 층위를 두텁게 구성하고 있다. 한시의 경우, 빠르게 전개되는 서사를 잠깐 멈추게 만들고 운문의 깊은 맛을 통해 지적 흥미를 일으킨다. 이와 비슷하게 국문시가나 상소문, 제문 등도 스토리의 빠른 전개에 입체적인 느낌을 더해준다. 이러한 인접 장르의 포섭은 ‘옛 것을 법으로 새 것을 만들어낸다’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글쓰기에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 한시의 경우, 중요한 인물들이 서로 친밀감을 확인하고 자신의 바람을 은근하게 말하는 도구로 작품 속에서 자주 사용되는 표현기법이다. 이러한 기법은 독자로 하여금 시를 통해 말하는 사람의 의도와 그 의미를 파악하도록 유도하여, 고전의 깊은 맛을 느끼도록 해준다. 또한 한시는 사건의 전개 속에서 중요한 복선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상투적인 패턴에 의해 이야기를 시작하지 않고 기존의 양식을 빌려 사건 전개의 실마리를 구성하는 것을 보면 지은이의 주도면밀한 창작정신이 녹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예컨대 1회 19쪽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시를 볼 수 있다.
어여뻐라 옥련화여 可憐玉蓮花
청정한 마하지에 피어났구나. 淸淨摩訶池
봄바람 뜻을 얻어 尙得春風意
그대 손에 한 가지 꺾였도다. 任君折一枝
제천선녀가 마하지에서 따온 옥련화 잎에 문창성군이 지은 이 시는 단순히 제천선녀가 옥련화를 가지고 왔다는 의미를 넘어서, 청정한 세계에서 욕망과 갈등이 있는 세계로 진전하지 않으면 깨달음의 세계로 다시 진입할 수 없다는 불교적 내용을 함축하면서, 옥련화를 통해 사건이 전개될 것이라는 복선으로 이해할 수 있다.
• 상소문은 긴박한 언어로 당대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는 데에 적극적으로 쓰이고 있다. 상소문에는 주로 사회비판적인 문제의식이 투영되어 있는데, 특히 과거시험과 인재등용과 관련한 문제가 주목을 끈다. 이는 지은이 남영로가 몰락 양반가의 후예로 과거에 여러 차례 응시했으나 낙방한 사실에 비춰보면, 그 비판이 충분히 납득할 만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특히, “후세에는 과거법이 허술해져서 선비들이 과거를 한 번 치르면 원기가 한꺼번에 꺾이고, 두 번 치르면 심신이 백배나 나태해지옵니다. 그리하여 빈한한 자는 책을 덮고 평생 생계를 꾸릴 방도를 도모하고 부유한 자는 책 읽는 것을 조롱하면서 높은 벼슬로 가는 지름길을 엿봅니다”(4권 207쪽)라는 양창곡의 말은 현재에도 주목을 요하는 구절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인재를 등용할 때 형평성 있는 검증보다 학연과 지연, 금권과 관권에 의존하기도 하고, 어떤 한 위치에 오른 뒤에는 책에서 손을 놓고 일을 나태하게 처리하면서 더 높은 부와 권력을 엿보기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작품에서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추천제를 건의하면서 “합격한 자는 폐하께서 직접 얼굴을 맞대고 시험하시어, 만약 합격에 해당될 수 없는 자가 올라왔다면 그 사람을 추천한 수령과 과거시험을 주관한 관리에게 죄를 주시어 어지럽고 잡스러운 폐단을 없애주소서”(5권 115쪽)라고 하는 부분도 담고 있는데, 이는 과거제에 관한 지은이의 문제의식이 얼마나 철저한 것이었는지 알게 해준다.
• 이외에도 조선 후기 시조의 형식을 차용한 한시인 삼구시(三句詩)와 민간에서 주로 불리던 노래 등을 도입하여 국문시가의 우수한 성과도 차용하였다. 이렇게 서민적인 표현 양식을 차용한 것은 진취적·적극적인 여성상과 인간의 자연스런 욕망을 긍정하는 것과 더불어 이전의 소설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진보적인 세계관이 반영되었다는 점을 드러내준다. 또한 이러한 장르의 도입은 서사의 흐름을 조절하면서 신선한 자극과 지적인 흥미를 배가시키는 것으로, 지은이가 세심한 부분까지 고려하여 독자들과 소통하려 했음을 알 수 있고 지은이의 창작역량이 극대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고전에서 찾는 미래, ‘소설의 위기’ 속에서 기회를 불러올 새로운 문학>
한 시대를 풍미하며 문학사를 주도하던 소설이 이제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는 ‘소설의 위기’, ‘문학의 종말’이 너무 많이 회자되어 강한 충격을 주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소설은 무언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존재방식을 찾아야 하는 새로운 기회로 여겨야 하지 않을까? 사실의 재현과 구성의 통일을 강조하는 근대소설은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지만, 더 큰 소설사를 보자면 늘 이질적인 영역들을 포섭하면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왔고, 이를 통해 소설은 자신을 새롭게 정의하면서 그 생명을 면면히 유지해왔다. 그러므로 근대소설이 위기일지언정 큰 소설사에서 보면 당대인과 교섭하면서 새로운 활력을 주는 소설들이 늘 창작될 것이다.
『옥루몽』은 고전소설의 여러 양식과 한문학, 국문시가 등 인접 장르를 적극적으로 흡수하여 한 작품 안에 조화롭게 구성해놓았다. 그렇기 때문에 근대소설이 태동하는 위기의 시기에도 살아남으며, 독자들과 왕성하게 교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옥루몽』은 새로운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소설의 위기 앞에서도 당당하게 독자들과 교섭할 수 있는 새로운 통로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 기존에 널리 퍼져 있던 문화 영역을 포섭하여 조화롭게 구성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다양한 형식을 창안하여 현실의 다양한 측면을 포착하여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위기를 헤쳐갈 새로운 문학의 전범(典範)으로서 우리 고전 『옥루몽』을 주목할 수 있을 것이다.
― 조선 최고의 베스트셀러, 완역 『옥루몽』(전5권)!!

남영로 지음, 김풍기 옮김 | 도서출판 그린비 | 문학, 인문(고전)
출간일 : 2006년 5월 20일 | ISBN(13) : 978-89-7682-077-8(세트)
신국판(152X224mm)| 전 5권
소설가이자 신화학자인 이윤기는 어린 시절 할머니로부터 『옥루몽』(玉樓夢)을 구전으로 들으며 자랐다고 한다. 해방 전후 때만 해도 한문소설로서는 이례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었고, 무엇보다 운율을 붙이며 구연하기 쉽게 구성된 재밌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1950년대 김구용의 번역본이 출간된 이후로 그 명맥이 단절되었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옥루몽』은 내용을 1/4 가량으로 축약하여 독자들로서는 완역이 갖는 서사의 장대함과 표현의 깊이를 느끼기 어렵다. 이에 독자들이 『옥루몽』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표현미와 서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한문학 대중화에 앞장서온 국문학자 강원대 김풍기 교수의 새 번역으로 50년 만에 완역본을 출간하였다.
∎ 지은이와 옮긴이 소개
지은이_남영로 | 호는 담초(潭樵), 자는 임종(林宗)이다. 경기도 용인 화곡(花谷)에서 태어났다. 숙종 때 영의정을 지낸 약천(藥泉) 남구만(南九萬)의 5대손으로, 그림에 능하여 <전고대방>(典故大方)이라는 조선 후기 인명사전에 이름이 올라와 있다. 젊은 시절 여러 차례 과거에 응시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그는 부패한 과거제도에 환멸을 느껴 벼슬길을 단념하고, 화곡에 은거하여 제자백가서(諸子百家書)를 깊이 공부하며 청빈한 삶으로 평생을 보냈다. 은거하는 동안 옥련자(玉蓮子)라는 필명으로 지은 <옥련몽>(玉蓮夢)을 발전시켜 당대 최고의 고전소설 <옥루몽>(玉樓夢)을 집필하였다.
옮긴이_김풍기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다. 강원대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하였고 고려대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고려대 연구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강원대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옛시 읽기의 즐거움>, <옛시와 더불어 배우며 살아가다>, <삼라만상을 열치다>, 등을 비롯하여 많은 책을 썼으며, 풀어쓴 책으로는 <완역 옥루몽>(전5권), <아내 사랑하는 놈에게 죄를 물으신다면 - 국어시간에 고전읽기 015 윤지경전>이 있다.
∎ 목 차
옥루몽 1권
주요 등장인물
가족 관계도
<옥루몽> 배경지도
1회 - 문창성군이 옥황상제의 명을 받아 달을 감상하고, 관음보살이 부처님의 힘에 의지하여 꽃을 뿌리다
2회 - 허부인은 옥련봉에서 꿈을 깨고, 양공자는 압강정에서 시를 쓴 종이를 던지다
3회 - 노파는 항주에서 청루를 말하고, 수재는 객관에서 홍랑을 만나다
4회 - 원앙침 위에서 운우지정을 꿈꾸고, 연로정 앞에서 버드나무 가지를 꺾다
5회 - 노젓기 경주에서 방탕한 자 풍파를 일으키고, 전당호에서 여러 기생이 떨어진 꽃에 울다
6회 - 강남홍이 백운동에 몸을 의탁하고, 양창곡이 자신전에 책문을 올리다
7회 - 윤상서는 동상에서 아름다운 사위를 맞이하고, 양한림은 강주에서 선랑을 만나다
8회 - 오경 무렵 벽성산에서 옥피리 불고, 십년청루 붉은 점에 놀라다
9회 - 황씨 가문과 혼인을 정함에 천자가 중매 서고, 남쪽 오랑캐 정벌하러 양창곡 원수 출전하다
10회 - 간악한 계집종이 흉악한 꾀로 별당을 떠들썩하게 하고, 요사스러운 계교에 힘입어 노파가 단약을 팔다
11회 - 양원수는 흑풍산에서 큰 승리를 거두고, 와룡은 반사곡에서 성스러움을 드러내다
12회 - 골짜기를 잃은 나탁은 군사를 요청하고, 도사를 천거한 운룡은 산으로 돌아가다
고사성어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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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소설가이자 신화학자인 이윤기는 어린 시절 할머니로부터 『옥루몽』(玉樓夢)을 구전으로 들으며 자랐다고 한다. 해방 전후 때만 해도 한문소설로서는 이례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었고, 무엇보다 운율을 붙이며 구연하기 쉽게 구성된 재밌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1950년대 김구용의 번역본이 출간된 이후로 그 명맥이 단절되었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옥루몽』은 내용을 1/4 가량으로 축약하여 독자들로서는 완역이 갖는 서사의 장대함과 표현의 깊이를 느끼기 어렵다. 이에 독자들이 『옥루몽』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표현미와 서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한문학 대중화에 앞장서온 국문학자 강원대 김풍기 교수의 새 번역으로 50년 만에 완역본을 출간하였다.
『옥루몽』은 1840년대에 남영로가 지은 장편소설로서, 당시 큰 화제를 낳으며 조선 전역으로 퍼져간 베스트셀러이다. 이 책에 열광한 수많은 애독자들의 필사본이 세간을 떠돌았고, 인물의 파란만장한 행적이 이야깃거리가 되어 『강남홍전』, 『벽성선전』 등 여러 이본들을 탄생시켰으며, 심지어는 이 책에 대한 소식을 들은 순조 임금도 읽고서 칭찬했다고 한다. 베트남 북부에서 몽고까지 중국 전역의 방대한 무대에서 펼쳐지는 스펙터클한 전쟁, 천상(꿈의 세계)과 현실을 오가며 인연을 엮어가는 남녀간의 애절한 사랑, 조정을 어지럽히는 간신들의 부패정치에 맞서 싸우는 개혁 활동 등 풍부한 내용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엮어내 이전에 보았던 고전소설의 심미감을 한층 더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이번에 출간하는 번역본은 원전의 이런 속도감을 그대로 담아내면서도 옛글의 장중한 미감을 충분히 드러내었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고전소설의 재미와 풍부한 교양을 느끼도록 하여, 고전은 어렵다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쉽고 재미있게 고전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는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세계 속으로 뻗어나갈 우리의 고전!>
현재 『옥루몽』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KOCCA)의 지원을 받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고 있다. 옮긴이 김풍기 교수가 활동하고 있는 강원문화연구소를 중심으로, 재단법인 강원발전연구원과 주식회사 위드프로젝트가 참여하여 내년 상반기 완성을 목표로 한창 시나리오와 캐릭터 제작 중에 있다. 이미 완성된 시놉시스에 따르면, 원작의 스토리라인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배경을 명나라에서 미래의 지구사회로 바꾸어 좀더 세계적 보편성에 다가가도록 재구성한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애니메이션 제작이 완성되면, KOCCA의 중개를 통해 중국에 출시하는 한편,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과 아시아 콘텐츠 포럼 등에 출품할 예정이라고 한다. 영화로 제작되어 화제를 모았던 『춘향뎐』을 제외하면 우리 고전소설이 세계인들에게 쉽게 다가선 적은 별로 없었는데, 이번 『옥루몽』의 애니메이션 제작을 통해 우리 고전소설이 세계인들과 호흡할 가능성을 확인하고, 아울러 소설을 포함한 우리의 모든 고전 작품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향유되는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아우른 고전소설의 완성판>
『옥루몽』은 조선시대에 유행했던 다양한 문학 양식을 수용하고 이를 내용의 흐름 속에 적절히 삽입하여, 여러 양식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완결한 고전소설의 결정체이자 완성판이다. 천상 백옥루에서 달을 완상하며 풍류를 즐기던 문창성군과 다섯 선녀가 인간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는 기본 줄거리를 보면 몽자소설로 분류할 수 있지만, 이외에도 당시 널리 퍼져 있던 영웅군담소설, 판소리계소설, 가정·애정·정치소설 등의 양식을 모두 수용하였고 한시·노래·상소문·제문(祭文) 등 한문학과 국문시가 등 인접 장르까지 차용하였기 때문에, 기존 소설의 양식적 단일성을 넘어서는 ‘종합형의 소설’인 것이다.
이러한 양식의 종합은 다양한 장르들이 지니고 있는 독자적인 언어형식과 소통 방식을 활용하는 동시에 그 장르들에 익숙한 수용자층을 독자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이 같은 소통 방식의 다양성 때문에 『옥루몽』은 당시의 모든 독자층으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대중성과 진지성이 이상적으로 결합한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고전소설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한 매우 이례적인 작품으로 남아 있을 수 있었다(김종철 「『옥루몽』의 대중성과 진지성」, 『한국학보』 61, 1990; 이승수, 「『옥루몽』 소고 2」, 『한국언어문화』 제20집, 2001 참조). 『옥루몽』은 『무정』 이후 근대소설이 호황기를 누릴 때까지도 재판에 재판을 거듭하며 근대소설과 경쟁하는 우리 이야기로서 소설사 속에 면면히 위치해 있다.
▲ 당대의 문학 양식을 집대성한 우리 고전소설
조선시대에 유행했던 소설을 양식적 특성에 따라 구분하면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소설을 거론할 수 있다. 개인의 활약상과 일대기를 다룬 『홍길동전』류의 영웅소설, 『춘향전』·『심청전』 등의 판소리계소설, 『임진록』·『유충렬전』 등 전쟁을 소재로 한 군담소설, 처첩간의 갈등을 소재로 한 『사씨남정기』 등의 가정소설, 꿈과 현실의 이중 구조를 바탕으로 한 『구운몽』 등의 몽자소설이 그것이다. 이렇게 분류되는 기존 고전소설의 양식이 모두 『옥루몽』 속에 적절히 수용·배치되어 있다.
• 몽자소설의 성격
『옥루몽』은 꿈에서 현실로, 다시 현실에서 꿈으로 이동하는 구조를 통해 스토리를 전개하므로 흔히 몽자소설로 분류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환몽 구조를 통해 현실의 삶이 덧없다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꿈이라는 가상(천상)을 비유적으로 끌어와 현실의 삶이 꿈의 세계와 어떻게 조우하는지, 꿈의 세계를 통해 현실의 삶이 얼마나 풍요롭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몽자소설의 범주를 넘어선다. 작품 첫머리의 신선세계와 사건들의 이면에 있는 꿈·별자리 등은 모두 현실에 발 딛고 서 있는 사람들의 다채로운 모습과 나아갈 방향을 설명하기 위한 수사이다. 그리고 결말 부분을 『구운몽』과 대비해보면, 『구운몽』에서는 주인공이 천상에 올라가 인간 세상의 삶이 한낱 일장춘몽이라고 말해 속세를 초월하지만, 『옥루몽』에서는 이 땅에서 다복과 장수를 누리는 것으로 마무리짓는다. 이것 역시 현실에서의 삶을 어떻게 풍요롭게 가꿀 것인가를 더 강조하는 것이며,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옥루몽』은 기존의 몽자소설이 갖는 한계를 극복했다고 평가받는다.
• 영웅·군담소설의 성격
이와 더불어 여러 인물들의 활약상을 보아도 기존의 양식들을 차용하여 스토리 속에 적절히 융합하였음을 알 수 있다. 가령 작품 속에서 양창곡, 강남홍, 벽성선의 활약상을 통해서는 영웅소설의 일단을 발견할 수 있다. 태어날 때부터 이미 신기한 능력과 재주를 갖고 태어났고 문무를 모두 겸비한 양창곡이 과거에 급제한 후 주변 이민족을 평정하고 조정을 편안하게 만든다는 일대기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영웅소설의 모습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한발 더 나아가, 항주의 기녀인 강남홍이 소주자사의 겁탈을 피해 강물 속에 투신한 후, 남쪽 땅에 도착하여 무예와 진법, 도술과 환술을 익히고 나서 나라를 침략한 남방과 북방을 평정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그리고 있다. 또한 다소 소극적이고 순종적인 모습으로 그려지는 벽성선도 온갖 수난에도 불구하고 강직한 충의와 인의를 끝까지 지켜, 청신한 음악으로 천자의 방탕한 마음을 회심시키고 자신을 모해한 황소저의 죄를 용서하는 등 작품 내에서 크게 활약한다.
이러한 주인공들의 활약상을 보면 기존 영웅소설과 군담소설의 양식을 차용했음을 쉽게 알 수 있지만, 이 작품은 한발 더 나아가 진취적이고도 적극적인 여성상을 그려내고 있으며, 무엇보다 강남홍이 당시에는 억압받는 신분인 소실의 여성(남성도 아니고 정실부인도 아니라는 점)이었음에도 사건의 중심에 서서 방대한 서사를 이끌고 있다. 강남홍은 집안에서도 사건의 중심에서 해결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고, 전쟁터에서도 양창곡을 뛰어넘어 주도적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직접 관여하진 않지만) 조정의 일에도 양창곡의 행동을 조율하며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게 당시 소외된 여성을 사건의 중심에 위치시킨 점을 생각하면, 기존 영웅·군담의 양식을 넘어서 한 걸음 더 나아갔음을 알 수 있다.
• 가정·판소리계소설의 성격
한편, 벽성선을 향한 질투를 이기지 못해 온갖 방법을 동원해 집안에서 쫓아내는 황소저의 모습에서는 처첩간의 갈등을 소재로 한 가정소설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또 당시 유행하던 한글노래와 속담 등을 대거 수용하였고, 중간중간 지은이의 적극적인 평을 가미한다는 측면, 이와 함께 인간의 자연스런 욕망(칠정)을 긍정하는 평민적·근대적 사고를 도외시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는 판소리계소설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 한문학과 국문시가를 흡수한 법고창신의 글쓰기
이 작품은 한시와 고사, 상소문, 제문 등 한문학과 국문시가의 우수한 성과를 끌어들여 표현의 층위를 두텁게 구성하고 있다. 한시의 경우, 빠르게 전개되는 서사를 잠깐 멈추게 만들고 운문의 깊은 맛을 통해 지적 흥미를 일으킨다. 이와 비슷하게 국문시가나 상소문, 제문 등도 스토리의 빠른 전개에 입체적인 느낌을 더해준다. 이러한 인접 장르의 포섭은 ‘옛 것을 법으로 새 것을 만들어낸다’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글쓰기에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 한시의 경우, 중요한 인물들이 서로 친밀감을 확인하고 자신의 바람을 은근하게 말하는 도구로 작품 속에서 자주 사용되는 표현기법이다. 이러한 기법은 독자로 하여금 시를 통해 말하는 사람의 의도와 그 의미를 파악하도록 유도하여, 고전의 깊은 맛을 느끼도록 해준다. 또한 한시는 사건의 전개 속에서 중요한 복선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상투적인 패턴에 의해 이야기를 시작하지 않고 기존의 양식을 빌려 사건 전개의 실마리를 구성하는 것을 보면 지은이의 주도면밀한 창작정신이 녹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예컨대 1회 19쪽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시를 볼 수 있다.
어여뻐라 옥련화여 可憐玉蓮花
청정한 마하지에 피어났구나. 淸淨摩訶池
봄바람 뜻을 얻어 尙得春風意
그대 손에 한 가지 꺾였도다. 任君折一枝
제천선녀가 마하지에서 따온 옥련화 잎에 문창성군이 지은 이 시는 단순히 제천선녀가 옥련화를 가지고 왔다는 의미를 넘어서, 청정한 세계에서 욕망과 갈등이 있는 세계로 진전하지 않으면 깨달음의 세계로 다시 진입할 수 없다는 불교적 내용을 함축하면서, 옥련화를 통해 사건이 전개될 것이라는 복선으로 이해할 수 있다.
• 상소문은 긴박한 언어로 당대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는 데에 적극적으로 쓰이고 있다. 상소문에는 주로 사회비판적인 문제의식이 투영되어 있는데, 특히 과거시험과 인재등용과 관련한 문제가 주목을 끈다. 이는 지은이 남영로가 몰락 양반가의 후예로 과거에 여러 차례 응시했으나 낙방한 사실에 비춰보면, 그 비판이 충분히 납득할 만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특히, “후세에는 과거법이 허술해져서 선비들이 과거를 한 번 치르면 원기가 한꺼번에 꺾이고, 두 번 치르면 심신이 백배나 나태해지옵니다. 그리하여 빈한한 자는 책을 덮고 평생 생계를 꾸릴 방도를 도모하고 부유한 자는 책 읽는 것을 조롱하면서 높은 벼슬로 가는 지름길을 엿봅니다”(4권 207쪽)라는 양창곡의 말은 현재에도 주목을 요하는 구절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인재를 등용할 때 형평성 있는 검증보다 학연과 지연, 금권과 관권에 의존하기도 하고, 어떤 한 위치에 오른 뒤에는 책에서 손을 놓고 일을 나태하게 처리하면서 더 높은 부와 권력을 엿보기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작품에서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추천제를 건의하면서 “합격한 자는 폐하께서 직접 얼굴을 맞대고 시험하시어, 만약 합격에 해당될 수 없는 자가 올라왔다면 그 사람을 추천한 수령과 과거시험을 주관한 관리에게 죄를 주시어 어지럽고 잡스러운 폐단을 없애주소서”(5권 115쪽)라고 하는 부분도 담고 있는데, 이는 과거제에 관한 지은이의 문제의식이 얼마나 철저한 것이었는지 알게 해준다.
• 이외에도 조선 후기 시조의 형식을 차용한 한시인 삼구시(三句詩)와 민간에서 주로 불리던 노래 등을 도입하여 국문시가의 우수한 성과도 차용하였다. 이렇게 서민적인 표현 양식을 차용한 것은 진취적·적극적인 여성상과 인간의 자연스런 욕망을 긍정하는 것과 더불어 이전의 소설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진보적인 세계관이 반영되었다는 점을 드러내준다. 또한 이러한 장르의 도입은 서사의 흐름을 조절하면서 신선한 자극과 지적인 흥미를 배가시키는 것으로, 지은이가 세심한 부분까지 고려하여 독자들과 소통하려 했음을 알 수 있고 지은이의 창작역량이 극대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고전에서 찾는 미래, ‘소설의 위기’ 속에서 기회를 불러올 새로운 문학>
한 시대를 풍미하며 문학사를 주도하던 소설이 이제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는 ‘소설의 위기’, ‘문학의 종말’이 너무 많이 회자되어 강한 충격을 주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소설은 무언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존재방식을 찾아야 하는 새로운 기회로 여겨야 하지 않을까? 사실의 재현과 구성의 통일을 강조하는 근대소설은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지만, 더 큰 소설사를 보자면 늘 이질적인 영역들을 포섭하면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왔고, 이를 통해 소설은 자신을 새롭게 정의하면서 그 생명을 면면히 유지해왔다. 그러므로 근대소설이 위기일지언정 큰 소설사에서 보면 당대인과 교섭하면서 새로운 활력을 주는 소설들이 늘 창작될 것이다.
『옥루몽』은 고전소설의 여러 양식과 한문학, 국문시가 등 인접 장르를 적극적으로 흡수하여 한 작품 안에 조화롭게 구성해놓았다. 그렇기 때문에 근대소설이 태동하는 위기의 시기에도 살아남으며, 독자들과 왕성하게 교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옥루몽』은 새로운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소설의 위기 앞에서도 당당하게 독자들과 교섭할 수 있는 새로운 통로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 기존에 널리 퍼져 있던 문화 영역을 포섭하여 조화롭게 구성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다양한 형식을 창안하여 현실의 다양한 측면을 포착하여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위기를 헤쳐갈 새로운 문학의 전범(典範)으로서 우리 고전 『옥루몽』을 주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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